사회 전국

의정부음악극축제 10일 개막…지역공연 지평선 확대

강근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6 22:21

수정 2019.05.06 22:21

2019 의정부음악극축제.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2019 의정부음악극축제.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의정부=파이낸셜뉴스 강근주 기자] 제18회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 동안 의정부예술의전당과 시청 앞 광장 등에서 ‘Connecting Roads : 잇다’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메인 포스터 중앙에 그려진 창문은 빛을 통한 안과 밖의 연결을 의미하고, 창문 위의 별자리는 의정부음악극축제의 마스코트 ‘미스터엠’ 발자취에 따라 연결되며 주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

‘Connecting Roads : 잇다’는 “예술이란 길을 통해 공연과 관객을 잇고, 크게는 개인과 사회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공연예술작품을 통해 다양한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공유하고,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유하기 위해서다.

해마다 10만명 이상 관람객이 찾는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올해 폴란드, 호주, 프랑스 미국 등 7개국 40여개 작품을 70여회 공연할 예정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의정부시청 앞까지 넓어진 축제장을 유지하고 특히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새로 개관하는 ‘의정부아트캠프’까지 가세한다.


개막작 '맥베스'.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개막작 '맥베스'.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 10년 만에 내한 대형야외극 <맥베스>

올해 개막작으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맥베스를 대형야외극으로 풀어낸 극단 비우로 포드로지(Biuro Podróży)의 작품 <맥베스>(폴란드, 5.10~11)가 시청 앞 광장에서 펼쳐진다.

고전 ‘맥베스’를 통해 제어되지 않는 야망이 가져온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며, 평범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2009년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소개돼 많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우로 포드로지 작품의 특징을 나타내는 장대를 이용한 배우들의 불과 음악 사이를 가로 지르는 움직임과, 횃불이 타오르는 무대 사이로 펼쳐지는 오토바이 추격전이 관객에게 짜릿한 스릴을 선사해 야외극만이 가질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며 축제의 막을 연다.

폐막작 'Home'.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폐막작 'Home'.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 ‘집’에 대한 딜레마 일깨우다, 라이브 다큐 <HOME>

폐막작 <HOME>(미국, 5.18~19)은 현재 세계적으로 뜨거운 쟁점 중 하나인 ‘집’에 관한 이야기를 무대 위에 풀어낸 신체극으로 물리적 의미의 ‘집(House)’과 정서적 의미의 ‘집(Home)’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무대 위의 일루셔니스트 제프소벨(Geoff Sobelle)의 특유의 연출기법을 만난 이 작품은 움직임과 환상을 일으키는 무대연출, 포크송 싱어송 라이터 엘비스 퍼킨스(Elvis Perkins)의 노래와 기발하지만 섬세한 방식의 관객 참여가 어우러지며 우리 삶의 공간인 집을 소재로 그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과 사람들을 무대언어로 담담하지만 기발하게 기록해낸다.

80분 동안 관객은 무대 위의 ‘집’이란 렌즈를 통해 집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힘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게 되고, 오늘날 세계가 겪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이민 같은 화두를 제시하며 현대인이 겪고 있는 주택 문제의 딜레마를 일깨우고 있다.

2018 에딘버러 인터내셔널페스티벌에서 공식초청작으로 소개되며 전 세계 관객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 냈고, 해외 유명 공연예술축제와 극장 투어를 이어가고 있는 작품으로 이번 의정부음악극축제를 통해 한국 초연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국제 공동제작 '무빙스토리'.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 공동제작 '무빙스토리'.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 의정부음악극축제 국제 공동제작 <무빙스토리>

올해 의정부음악극축제는 국제공동제작까지 확대했다.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으로 공동 제작한 <무빙스토리>(한국-덴마크, 5.18~19)가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처음 선보인다.

극단 산수유의 류주연 연출과 창작그룹 노니의 연희예술감독 소경진, 덴마크 로열씨어터의 오페라 가수 니나 클라우센(Nina Clausen)과 피지컬 씨어터 아웃오브밸런스(Out of Balanz) 등 한국과 덴마크의 예술가들이 만나 만들어진 프로젝트 그룹 KoDe8071의 작품이다. 난민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움직임, 음악, 영상 결합으로 쉽게 풀어냈다.

지하철1호선.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지하철1호선.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Backbone.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Backbone.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 <BACKBONE> <지하철 1호선> 완성도 끝판왕

라이브 연주와 함께하는 완성도 높은 컨템포러리 서커스 <BACKBONE>(호주, 5.11~12),과 무성영화와 라이브 공연이 결합된 시네마 퍼포먼스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프랑스, 5.10~11)와 같은 장르 간 경계를 뛰어넘은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제작된 작품들은 음악극 경계 확장과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고 동시대 음악극 현주소를 제시한다.

<BACKBONE>은 호주의 대표적인 컨템포러리 서커스 극단 그래비티앤아더미스(Gravity&Ohter Myths)의 신작으로, 제목이 말해주듯 힘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측정되는지에 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끊임없이 탄성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퍼포머들의 탁월한 팀워크와 안무는 중력에 저항하는 인간의 도약과 결속을 보여주며 한시도 관객의 눈을 땔 수 없게 만들고, 여기에 무대 위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라이브 연주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역동적인 조명 디자인의 결합으로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프랑스의 극단 라꼬르도네리(La Cordonnerie)의 작품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동화 ‘백설공주’가 1989년 발생한 베를린 장벽의 붕괴라는 역사적 사실을 결합해, 오해와 갈등, 실종과 불안이란 감정을 오가며 냉전시대를 바탕으로 단체만의 새로운 언어로 무대 위에서 재탄생한다.

완전하게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된 고전의 무성영화는,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더빙되는 등장인물의 대사와 다양한 악기의 라이브 연주, 다양한 일상의 오브제들로 마치 수공예 작업방식을 연상시키며 만들어지는 음향효과가 결합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무대언어를 만들어 낸다.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허구의 이야기와 현실, 영화와 공연을 결합한 ‘시네마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개척해 나가고 있는 라꼬르도네리는 ‘CINEMA+PERFORMANCE 제작워크숍(5.7~8)’을 통해 국내의 공연예술 관계자와 작품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고, 연극, 영화와 음악이 결합된 작품을 직접 제작해 보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내 작품은 브러쉬씨어터의 <리틀뮤지션>(5.13~15), 학전의 <지하철1호선>(5.15)이 공연된다. <리틀뮤지션>은 우즈베키스탄 동화 ‘작은 악사’ 이야기에 브러쉬씨어터 만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만나 만들어진 4D음악극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대표적인 웰메이드 한국 음악극으로, 2018 에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어린이 공연 베스트3으로 선정됐다.

한국 창작뮤지컬의 기념비적인 작품,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은 IMF사태가 벌어진 1998년 서울역을 배경으로 이주노동자, 시장상인 등 서민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지하철 1호선 안에서 수없는 삶을 통해 20세기 말 한국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그 속에서 과거와 다르지 않은 지금의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넥스트웨이브.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넥스트웨이브.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 한국형 음악극 <19호실로 가다>, <판소리 동물농장>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신진 음악극을 소개 및 발굴하는 ‘넥스트웨이브’를 신설해 국내 음악극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고 공연예술계의 다양성을 담보한다. 넥스트웨이브에서 선보일 작품은 입과손스튜디오의 <19호실로 가다>와 장서윤의 <판소리 동물농장>이다. 두 창작집단은 기존 틀에 갇히지 않고 판소리라는 연희양식이 갖고 있는 형태를 확장하고 변형하며 판소리 외연을 넓히고 있다. 매 공연 종료 후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창작과정을 공유하는 오픈 토크를 진행한다.

◇ 전공자-전문가 예술교류 프로그램

전공자, 전문가를 위한 심포지엄, 워크숍과 같은 예술교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심포지엄(5.10)’은 ‘새로운 음악극, 유쾌한 탐구’라는 주제로 축제 개막일에 진행된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발한 상상력을 무대 위에 구현한 국내외 음악극 창작자들이 직접 공연 제작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라꼬르도네리 예술감독 사뮤엘 에르퀼, 마틸다 웨얼강과 <리틀뮤지션> 브러쉬 씨어터의 염용균 연출, 김미영 배우, <무빙스토리>의 류주연 연출, 오페라 가수 니나 클라우센이 작품의 비하인드를 전해줄 예정이다.

특히 라꼬르도네리는 ‘시네마+퍼포먼스 제작워크숍’을 진행한다. 공연-시각예술, 음악, 무대미술, 영상 관련 전공 학생 및 아티스트들이 대상이며 영상과 음향의 결합을 통한 무대화와 음악작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예정이다.

◇ 시민 참여 워크숍 다양…축제-대중성 확보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시민 참여를 통해 축제성과 대중성을 동시 추구한다. ‘관람자’를 넘어 ‘참여자’로 즐길 수 있는 시민 참여 워크숍과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삶을 연주하다 ‘룰루랄라 예술기차’ 워크숍, ‘시민마사지사 워크숍’ 외에도 ‘어린이 뮤지컬 워크숍’, ‘어린이 댄스 워크숍’이 진행된다.

‘시민마사지사 워크숍’은 야외공식초청작 중 하나인 <마사지사> 공연에 주체적 참여 예술가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육성 프로그램이다. <마사지사>는 서로에게 이방인인 시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외되고 상처받은 자신을 마주하며 안아주는 시민 공동체 공연이다. 시민 마사지사는 관객을 마사지 받을 손님으로 모셔 공연을 진행하게 된다.

어린이가 자유롭게 예술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된 ‘어린이 뮤지컬 워크숍(5.13)’과 ‘어린이 댄스 워크숍(5.18)’은 순수하고 놀라운 상상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예술적 감성을 길러주는 참여 프로그램이다.

남북맛집 선언.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남북맛집 선언.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에스꼴라 알레그리아.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에스꼴라 알레그리아.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 야외로 뛰어나온 공연-시민 참여 공연 풍성

의정부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다채로운 국내야외공식초청작이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야외공간에 특화된 공연과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등 관객과 공연자가 하나가 되는 공연 콘텐츠로 구성됐다.

삶을 연주하다 ‘룰루랄라 예술기차’는 시민이 축제 시작을 선언하는 퍼레이드형 릴레이 퍼포먼스로, 브라질 쌈바 리듬을 연주하는 타악기팀인 에스꼴라 알레그리아와 함께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의정부지역 시민 150여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시민은 약 2개월 간 사전 워크숍을 통해 퍼레이드의 의상·소품·공연을 분주하고 설레는 기분으로 준비했다. 사전 신청한 시민이 아니더라도 참여를 희망하면 누구나 공연 당일 ‘룰루랄라 예술기차’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남북맛집선언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출연진으로 국내 1세대 대표 마임이스트이자 (전)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인 유진규씨도 포함돼 주목을 끌고 있다.
공중 퍼포먼스와 서커스적 요소를 더해 강력한 시각적 판타지를 선사할 프로젝트날다의 <스파이더스>, 대형 반구를 이용한 아슬아슬한 몸짓을 보여줄 극단 몸꼴의 <충동>, 관객과 연희자가 어우러지는 한국적 거리극 연희THE광대의 <당골포차>도 기대작이다. 아프리카 음악과 무용극으로 구성한 쿨레칸의 <이리바>, 재즈를 기반으로 한 리드미컬한 연주로 음악의 기쁨을 선사할 브라스밴드 <바스커션>도 공연예술의 다채로움을 안겨준다.


청춘인가봄.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청춘인가봄. 사진제공=의정부예술의전당

이외에도 경기북부 5개 공연예술대학(경민대, 경복대, 동양대, 신한대, 예원예대) 재학생의 연합 뮤지컬 갈라쇼 ‘청춘인가봄’은 올해로 4년째 선보인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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