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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보다 더 무서운 불안심리… 상반기 은행예금 33兆 급증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3 18:12

수정 2019.07.03 18:12

경기 둔화·무역분쟁 불안심리에 부동산 규제강화, 증시부진 겹쳐
시중자금 1%대 낮은 금리에도 안전자산 정기예금으로 몰려
금리 보다 더 무서운 불안심리… 상반기 은행예금 33兆 급증
주요 예금상품의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졌음에도 5대 은행 정기예금에 상반기 33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저금리에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은행에 몰리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631조74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과 비교하면 3조6402억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6월은 본격적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진 시기인 점을 감안하면 3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완화기조로 바뀌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최근 시장금리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은 6월부터 주요 정기예금 상품에 대한 금리를 연 1%대로 낮추기 시작했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가 떨어지자 예대마진 방어를 위해 예금금리도 함께 내린 것이다.

하지만 낮은 금리에도 정기예금 규모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올해 상반기에 총 33조3575억원 급증했다. 농협은행의 정기예금이 올해 상반기 9조8966억원 증가했고, 신한은행도 9조8818억원 늘었다. 우리은행의 정기예금은 7조4928억원 증가했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3조7782억원, 2조3081억원 각각 늘었다.

이처럼 상반기 정기예금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 속에서 부동산 및 가계대출 규제 강화, 국내 증시 부진이 이어지자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의 자본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올해 초 예금 유치 경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점도 상반기 정기예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예수금을 늘리면 은행들이 대출 조정을 하지 않아도 내년부터 적용되는 예대율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금리 하락에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은행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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