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탁상행정에 딴지 걸고, 실패해도 포상… 공무원들이 바뀐다 [공직사회 화두로 떠오른 적극행정]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4 16:42

수정 2019.07.04 16:42

인사혁신처가 앞장선다
반대의견 내는 ‘딴지맨’ 지정..소극적인 복지부동 해소 나서
실패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올해의 도전왕 뽑아 인센티브..인사규제 샌드박스 통해 혁신
지난 5월 3일 세종시 인사혁신처에서 진행된 '적극행정 확산·소극행정 타파 실천 다짐 대회'에 참석한 황서종 인사혁신처장(뒷줄 가운데)과 직원들이 적극행정 실천 다짐을 한 후 소극행정을 타파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지난 5월 3일 세종시 인사혁신처에서 진행된 '적극행정 확산·소극행정 타파 실천 다짐 대회'에 참석한 황서종 인사혁신처장(뒷줄 가운데)과 직원들이 적극행정 실천 다짐을 한 후 소극행정을 타파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지난 6월 11일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소장이 인사혁신처를 방문해 적극행정 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닥터헬기 도입 등 대한민국 중증 외상치료 시스템의 정책을 위해 노력해 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지난 6월 11일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소장이 인사혁신처를 방문해 적극행정 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닥터헬기 도입 등 대한민국 중증 외상치료 시스템의 정책을 위해 노력해 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인사혁신처는 지난 5월 9일과 14일 2차례에 걸쳐 최재용 기획조정관(오른쪽 테이블 끝에서 두번째) 주재로 직원간 업무혁신 제안사항 공유 및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브라운백 미팅 데이를 개최했다. 인사혁신처 제공
인사혁신처는 지난 5월 9일과 14일 2차례에 걸쳐 최재용 기획조정관(오른쪽 테이블 끝에서 두번째) 주재로 직원간 업무혁신 제안사항 공유 및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브라운백 미팅 데이를 개최했다.
인사혁신처 제공
최근 공무원 사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적극행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적극행정은 면책·장려하고 소극행정은 문책해야 한다'며 적극행정을 강조했다. 사무실에 앉아 수동적으로 일하지 말고 국민의 시각에서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는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라는 주문이다. 적극행정이란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거나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다해 공익을 높이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행정을 말한다.

■정부 3년차 성과 내야할 때

정부가 국정철학에 따라 효과적인 정책을 만든다고 해도 행정 최전선에 있는 일선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정책의 효과는 반감된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 3년차에 접어들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성과를 만들어 내야하는 상황에서 일선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의 중요성은 커질수 밖에 없다.

최근 장기적인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4차 산업혁명, 다문화 등 복잡하고 다양한 행정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적인 배경도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만 답을 찾을 수있는 복합적 문제들이 넘쳐나는데다 부처 칸막이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점차 복잡화하는 다양한 행정 수요를 감당할수 없어서다.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아직도 부정적 인상에 갇혀 있는 것도 이런 요인이다 적극행정 보다는 복지부동, 무사안일, 보신주의와 같은 말들이 더 익숙하다.

민원이 발생했을 때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규정에만 얽매여 수동적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시대에 뒤쳐진 불합리한 규정과 절차를 개선할 생각 없이 관행적으로만 일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불만이 여전하다.

적극행정 추진 총괄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이같은 여건 속에서 국민의 시각에서 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행정의 패러다임을 마련하는데 앞장서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적극행정 주무부처로서 솔선수범하기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로 업무혁신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회의에서 의무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는 '딴지맨'을 지정하는가하면 한시적으로 인사 규제를 풀어주는 '인사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는 등 적극행정 DNA를 만들어가고 있다.

■반대의견 말하는 '딴지맨' 지정

지난달 13일 오전 정만석 인사혁신처 차장 주재로 진행된 회의에 참석한 조성주 인재채용국장과 이정민 인사혁신국장은 회의 일주일 전 미션을 하나 받았다. 회의 안건인 '소극행정 유형화'에 대한 반대 의견을 찾아서 발표하라는 주문이었다. 인사혁신처의 제1대 '딴지맨'으로 선정된 것이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딴지맨'은 회의 안건에 대해 의무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창의적인 발상을 저해하는 집단사고를 경계하고 자칫 감정이 상할 것을 우려해 반대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장치다. 딴지맨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시각에서 안건에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해야한다.

이정민 국장은 "서로 감정이 상할 수 있어 다른 국에서 정리한 내용에 문제점을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제도적으로 반대의견을 말할 수 있는 역할을 지정해주니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조성주 국장도 "(지적을 받는) 반대 입장이 되면 어떤 반론이 나올지 미리 고민해보면서 좀 더 탄탄하게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도 회의 안건을 담당하지 않는 국장 2인이 순환하면서 딴지맨 활동을 하게 된다.

■실패한 공무원도 상준다

'실패에 관대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의미있는 실패를 보여준 공무원을 '올해의 도전왕'으로 선정해 인센티브도 부여키로 했다.

적극행정의 관점에서 기존 관행을 탈피하고 '건전한 파격'을 시도한 공무원이 대상이다. 위험을 회피하고 결과가 확실한 일만 하려는 공무원 사회의 관성을 타파하기 첫 걸음인 셈이다.

물론 적극행적으로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도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분기별로 2명씩 선발하고 그 중 성과가 탁월한 사람을 '자랑스런 인사혁신처인'으로 선정해 특별승진, 국외 훈련 우선선발 등 인사 상 우대가 주어진다.

브라운백(Brown Bag) 미팅도 실시하고 있다. 브라운백 미팅이란 갈색 봉투에 빵을 담아 주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점심식사를 하며 가볍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토론 방식이다.

지난 5월 9일, 14일 두 차례 미팅을 가졌으며 30여건의 업무혁신 제안사항들이 논의됐다. 표준보고서 양식 마련, 경력채용시험 OCR 평정표 도입 등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실현가능성을 검토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인사규제 샌드박스' 도입

적극행정이 국민의 시각에서 일할 것을 강조하는 만큼 인사혁신처도 공급자의 시각이 아닌 주요 정책 수요자인 각 정부부처의 시각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 인사 총괄 부처로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인사규제 샌드박스'다. '규제 샌드박스'는 주로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에서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벤치마킹해 인사규정에 적용시킨 것이다.

각 부처마다 업무특성과 인원 구성이 다름에도 획일적인 인사규정이 적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하에 각 부처별로 필요한 인사규정 완화 사항들을 건의 받았다.
건의 사항들을 정리해 △임용 △채용 △인사관리 △성과관리 등 4개 분야의 총 14개 특례 규정을 마련했다. 2년 간 한시적으로 운영한 후 평가를 통해 전 부처 확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적극행정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공직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인사혁신처가 솔선수범해 나가겠다"며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과감히 개선하려는 공무원의 적극행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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