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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 때 묻지 않은 자연습지, 그냥 이대로 좋다[Weekend 레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2 04:00

수정 2019.11.22 03:59

순천, 벌교 그리고 태백산맥
철 맞춰 돌아온 흑두루미가 기다리는 순천
용산전망대 사뿐히 올라 황금빛 S자 물길 눈에 담고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현실에서 펼쳐지는 벌교
현부자네 집·소화의 집… 괜스레 반가움이 있는 곳
와온해변 일몰. 사진=조용철 기자
와온해변 일몰. 사진=조용철 기자
【 순천·보성(전남)=조용철 기자】 단풍은 절정의 빛깔을 뽐내고 떨어지는 낙엽은 여행객이 지나는 길을 수놓는다. 낙엽을 즈려밟으며 걷다보면 곳곳마다 빼어난 경치가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갈대밭이 빼어난 순천만습지에는 흑두루미가 찾아왔다고 한다. 문학의 고장 보성 벌교읍에 잠시 들러 벌교꼬막을 먹으며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 여행지 체험도 해보고 싶다. 두 여행지를 모두 살펴볼 수 있는 코스가 있다. 바로 여수, 순천, 광양, 보성을 잇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6권역' 코스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은 전국의 10개 권역을 대한민국 대표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해온 국내여행 활성화 사업에 속한다.

■흑두루미 날갯짓이 분주한 순천만습지

순천 관광안내에 꼭 따라붙는 수식어가 바로 '대한민국 생태수도'다. 두말할 것도 없이 순천만이라는 천혜의 자연습지 역할이 크다. '순천만정원'은 순천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갈대 숲으로 유명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끝자락에 조성됐다. 순천역에서 순천만정원까지 약 2km,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9㎞ 정도 떨어져 있다.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헷갈리기 쉽다.

세계 5대 연안습지 가운데 하나인 순천만습지는 5.4㎢에 이르는 갈대밭과 22.6㎢의 광활한 갯벌로 이뤄졌다. 겨울이면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같은 희귀 철새들이 찾아온다. 순천만에서 발견되는 철새는 총 230여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조류의 절반 가량이다. 지금 순천만엔 먼 길에서 찾아온 흑두루미 날갯짓으로 분주하다.

순천만습지의 백미는 갈대밭이다. 가을이면 은빛 고운 갈대꽃이 장관을 이루는 갈대밭은 무진교를 지나면 만난다. 갈대숲 사이로 난 탐방로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넉넉하다. 순천만의 또 다른 명물 S자 물길은 용산전망대에 올라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갈대밭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용산 전망대까지 1.3km 산책로가 이어진다. 왕복 40여분이 걸리지만 기꺼이 감수할만하다. 일부 가파른 구간에는 나무데크와 왕골이 깔려있기에 걷는데 전혀 불편한 점이 없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위에서 보는 순천만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갈대밭을 휘감아 흐르는 물길 사이로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습지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순천만습지를 찾은 흑두루미 떼. 사진=조용철 기자
순천만습지를 찾은 흑두루미 떼. 사진=조용철 기자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 봐도 멋지다. 그래도 황금빛으로 물든 S자 물길이 어우러지는 가을 해질녘이 아름답다. 순천만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갈대밭 입구 무진교 아래 선착장에서 생태체험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체험선을 이용하면 6㎞에 이르는 S자 물길을 따라 순천만습지를 조금 더 가깝게 감상할 수 있다. 순천만습지에는 갈대밭과 용산전망대 이외에도 순천만 생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연생태관, 천체투영실과 주·보조 관측실을 갖춘 천문대, 순천만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의 소리를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 체험관 등 볼거리가 넘친다.

순천만에서 일몰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소로 와온해변이 있다. 모래사장 대신에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용산전망대와는 다르게 여기선 해변산책길을 거닐며 느긋하게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면 이곳 주민들이 '상섬'이라고 부르는 사기섬을 중심으로 갯벌따라 노을이 떨어진다.

순천만습지 갈대밭. 사진=조용철 기자
순천만습지 갈대밭. 사진=조용철 기자
■벌교로 떠나는 '태백산맥' 문학기행

보성군 벌교읍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 장소다. 소설 속 배경지를 찾아 한나절 여유롭게 문학 기행을 할 수 있다. 소설 속 배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은 벌교 여행에 '독특함'을 더한다. 벌교 읍내를 관통하는 벌교천 위에 걸린 다리들도 여행객을 반긴다. 단순한 여행지에서 벗어나 역사와 문화가 더해진다. 읍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느긋하게 걸으며 도보로 이동하기에 적당하다. 보성여관, 부용교(소화다리), 김범우의 집 등 소설 속 장소를 현실에서 만나는 느낌이 특별하다. 태백산맥 문학관도 문학기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코스다.

벌교가 품은 역사여행을 한바퀴 했으니 꼬막 맛을 볼 차례다. 소설 '태백산맥'엔 벌교 하면 떠오르는 '꼬막'이 등장한다. 소설 배경은 여순사건이 일어났던 1948년으로 좌익이 장악한 벌교가 다시 군경에 속하면서 혼란이 거듭되던 시대에 좌익 비밀당원 정하섭이 벌교로 진입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정하섭을 맞은 소화가 아침을 준비하면서 꼬막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자 염상구가 외서댁을 '겨울 꼬막 같다'고 비유한다. 정하섭을 맞은 소화가 하룻밤을 지낸 다음 아침식사를 준비하면서 꼬막이 없음을 아쉬워하는데 작가는 이 대목에서 벌교꼬막 조리법까지 자세히 풀어놓는다. 정하섭이 몸을 숨긴 소화의 집과 현부잣집도 태백산맥 문학관 근처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태백산맥'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꼬막은 벌교천 민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갯강 주변 갯벌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자만을 품은 갯벌을 벌교 사람들은 '참뻘'이라고 한다. 여기서 나는 꼬막이 바로 참꼬막이다. 주름골이 깊고 껍질이 단단하다. 쫄깃하면서 짭조름하다. 하지만 귀한 몸값 덕에 주로 선물용으로 판매된다. 그래서 벌교에선 거시기한 이름을 가진 '똥꼬막'을 주로 맛볼 수 있다.
새꼬막인 양식꼬막으로 귀한 참꼬막 대신 쉽게 구입해서 먹을 수 있어 친근해진 지 오래다. 참꼬막에 비해 상대적으로 껍질의 주름이 얕다.
참꼬막과 새꼬막을 놓고 보면 겉모습만으로도 확연히 구분이 가능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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