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6억 줄게” 한밤중 유족 찾아간 ‘을왕리 음주사고’ 동승자 또 논란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8 07:55

수정 2020.12.09 09:58

인천 을왕리에서 치킨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와 동승자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가운데, 동승자 A씨(47)가 지난 11월 5일 오전 인천지법을 빠져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인천 을왕리에서 치킨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와 동승자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가운데, 동승자 A씨(47)가 지난 11월 5일 오전 인천지법을 빠져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의 동승자가 한밤중 유족의 집을 찾아가 거액을 제시하며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 안주영 변호사는 지난 7일 사고 차량 동승자 A씨(47·남) 측이 최근 유족의 자택을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피해자 지인에게 합의를 주선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인천 중부경찰서에 유족의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현재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안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초 유족 측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얼마 후 유족을 직접 찾아갔다. A씨와 손해사정사 등 남성 3명은 유족에게 “피해자 측 변호사가 3억원 정도를 얘기했다는데 우리는 6억원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유족은 합의를 거부했다. 그러자 A씨는 이달 초 피해자 집 근처에 있는 슈퍼 주인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 슈퍼 주인이 피해자의 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리를 놔주면 일정 금액을 주겠다”고 꼬드긴 것이다. 하지만 슈퍼 주인 역시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다시 유족 집을 찾아 현관문을 두드리며 합의를 재촉했다. 안 변호사는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집 밖에도 잘 나가지 못하는 부인은 가해자 일행이 집에 찾아와 문까지 두드렸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을왕리 만취운전 사고의 당사자 B씨(34·여)와 동승했던 인물이다. B씨는 지난 9월 9일 0시55분경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만취해 핸들을 잡고 차량을 몰다 오토바이로 치킨 배달을 가던 C씨(54·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B씨에게도 “합의금을 대신 내줄 테니 내가 입건되지 않도록 진술해 달라”고 회유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는 “음주운전을 시키지 않았으며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놓고 뒤에서는 돈으로 입막음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B씨의 음주운전을 단순히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회사 소유인 벤츠 차량의 문을 열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으로 판단하고 둘 모두에게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이들의 2차 공판기일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열린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혐의로 구속된 을왕리 음주사고 가해자 B씨(34·여) / 사진=뉴스1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혐의로 구속된 을왕리 음주사고 가해자 B씨(34·여) / 사진=뉴스1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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