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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 설악산 케이블카 급물살.. 지리산도 '불똥'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3 05:00

수정 2023.02.23 05:00

40년 묵은 논란, 환경부 동의 여부에 촉각 국책연구기관 환경평가 결과는 모두 반대
설악산 오색카이블카 설치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뉴시스
설악산 오색카이블카 설치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환경부의 동의 여부에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부가 동의할 경우 40년만에 육상 케이블카에 대한 허가가 나오는 셈이다. 다만 정부출연 외부 연구기관, 환경부 산하 기관도 최근 부정적 의견을 낸 가운데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가 설치될 경우, 비슷한 이유로 그동안 허가를 받지 못한 북한산, 지리산, 무등산 등의 케이블 카 설치로 이어져 육상 국립공원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출연·산하 기관도 반대, 오색 케이블카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설악산국립공원 남설악 오색지구에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 옆 끝청까지 약 3.5㎞(하부정류장에서 상부정류장까지 3.3㎞)에 케이블카를 놓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1982년 강원도가 당시 건설부와 함께 문화재 위원회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허가요청에서 시작됐다.

환경 훼손을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한 이 사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백지화되었다.

2020년 부동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자 환경부는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을 통보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김진태 강원도 지사의 선거공약이었던 이 사업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급물살을 탔다. 2022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그해 6월 환경부가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세부 이행조건을 대폭 완화한 ‘확약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담당 공무원은 형사 고발됐지만 양양군은 12월 말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제출하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사실상 마지막 행정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 검토를 맡긴 5개 전문기관에서 모두 설치가 부적절하다고 나온 것.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자 환경영향평가 외부전문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은 '자연의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전되어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삭도(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의견서를 보냈다.

환경부 소속이거나 산하라고 볼 수 있는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국립기상과학원도 케이블카 공사가 야생동물 서식환경에 미칠 악영향과 저감 방안 미흡 등을 지적했다.

국립생태원은 “삭도 시설물 설치 공사나 삭도 이용 등 인위적인 간섭으로 산양, 담비 등 야생동물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훼손지 복원이나 수목 식재 등의 방법으로 야생동물의 자연적 재유입에 적합한 환경 조성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역시 “영향이 예상되는 법정보호종과 관련해 저감 방안이 대체로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전국 국립공원 케이블카 난립 우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는 단순히 설악산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력 후보지'는 설악산과 함께 긴 케이블카 추진 이력을 지닌 지리산이다. 또 북한산, 소백산, 속리산, 무등산 등에서도 설악산 오색케이블 카 설치 여부에 따라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들도 그동안 케이블 카를 설치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국내에서 가장 생태계가 우수한 설악산이 된다면, 나머지 지역의 설치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환경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한 국토 30%가 대부분 무늬만 보호지역인 '페이퍼 파크'(paper park)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 2일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세우고, 보호지역을 국토의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캐나다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GBF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해안·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하고, 이미 황폐해진 땅과 바다의 30%를 복원한다는 '30x30'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대응에 있어 생물다양성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자연은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하며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54%를 저감했다.

환경정책상 국립공원은 최우선 보전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케이블 카를 열어준다면 GBF를 맞춘다는 환경부 구상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문기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최종 협의의견을 도출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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