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귀 막은 배승아양 유족..가해자 사과에 "변명하지 마" 오열했다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0 13:59

수정 2023.09.20 13:59

지난 4월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 4명을 차로 덮쳐 1명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 A씨가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생 4명을 차로 덮쳐 1명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 A씨가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배승아양(9)을 치어 숨지게 한 60대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대전지검은 20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공무원 방모씨(66)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죄책에 걸맞은 처벌을 해달라"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부모가 자식을 잃는 슬픔은 창자가 끊어지고 눈이 멀 정도의 고통이라고 한다"라며 "깊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이 법정에 출석해 기억하기 싫은 일을 떠올리며 진술하는 것은 다시는 무고한 희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른 피해자들도 사고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여전히 사고가 난 그날에 갇혀 있다"라면서 "배승아양 사고 한 달 후 수원에서 8살 남아가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무고한 피해자들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입법부의 개정, 행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에도 여전히 음주운전 범행은 계속되고 있다"라며 "사법부가 음주운전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경종을 울려달라"라고 요청했다.

방씨 변호인은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변론을 생략할까 고민하기도 했다"라며 "반성한다는 말도 변명이 될 수 있음을 알지만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드릴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라고 변론했다.

방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라며 "제가 지은 죄를 한시도 잊어본 적 없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재판을 방청하던 배양 모친은 방씨의 최후 진술을 듣지 않겠다는 듯 귀를 막고 흐느꼈다. 모친은 "차마 따라갈 수 없어 버티고 있는 유족들 앞에서 '죽을' 죄라고 말하지 말라"라면서 "어떤 사과와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엄벌에 처해달라"라며 오열했다.

배양 측은 방씨의 공탁금 수령도 거부했다.

한편 방씨는 지난 4월 8일 오후 2시21분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 내에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함께 있던 9∼10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로 나타났다.
돌진 당시 운전 속도도 시속 42㎞로, 법정 제한 속도(30㎞)를 초과했다.

그는 이날 오후 12시30분께 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뒤 사고 지점까지 5.3㎞가량을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고 공판은 내달 20일 열린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