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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는 순간, 자연에 녹아든다[Weekend 레저]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7 04:00

수정 2023.10.27 04:00

질 좋은 황토 깔린 말랑말랑 산책길
숲향기 맡으며 맨발로 자박자박 걷기
중간중간 쉼터에 이따금 클래식공연
체험·놀이시설까지 다양하게 갖춰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입구부터 시작되는 순환임도 14.5㎞ 구간에 질 좋은 황토 2만여t을 투입해 조성한 계족산황톳길은 '맨발 걷기'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입구부터 시작되는 순환임도 14.5㎞ 구간에 질 좋은 황토 2만여t을 투입해 조성한 계족산황톳길은 '맨발 걷기'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대전=장인서 기자】 사람이 태어나 맨발로 땅을 밟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을까. 휴가철 해변을 걷거나 갯벌 체험이라도 하면 모를까, 대개는 드문 일일 것이다.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지만 생전에는 직접 흙을 만져볼 기회도 적다. 하지만 요즘 전국에서 땅과 흙이 주는 치유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맨발로 걷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맨발로 땅을 밟는 일을 '어씽(earthing·접지)'이라 하고, 맨발 걷기를 운동 삼아 즐기는 마니아들을 '어씽족'이라 부른다.
국내 대표적인 어씽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 대전의 계족산황톳길이다. 발바닥이 자연에 맞닿은 것만으로도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지는 '에코힐링'을 체험할 수 있어 인기다. 주변 명소로는 계족산성, 장태산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관광지 특유의 화려함은 없지만 대자연의 품에 녹아드는 온전한 가을 휴식을 대전에서 누릴 수 있다.


맨발로 느끼는 자연, 계족산황톳길

해발 423.6m의 계족산은 대전광역시 대덕구와 동구에 걸쳐 있다. 산 중턱 순환임도의 모습이 닭의 발을 닮아 계족산이라 불린다.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입구부터 시작되는 순환임도가 총 둘레 14.5㎞로 조성돼 있다. 붉은 황톳길에 들어서면 어깨엔 가방을 메고 손에는 신발을 쥔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발 200~300m에 5m 폭으로 깔린 부드러운 황톳길을 걸으며 느끼는 상쾌한 공기에 여행객들의 목소리가 절로 명랑해진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산뜻한 에너지가 이들을 활기차게 만든다.

계족산황톳길은 지난 2006년 임도 전체에 전국에서 질 좋은 황토 2만여t을 투입해 맨발로 걷거나 뛸 수 있는 길을 만든 게 시초다. 매년 전국에서 질 좋은 황토만을 골라 깔며 수시로 황토를 뒤집고 물을 뿌려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되며 유명세를 더해가고 있다.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져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계족산황톳길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지는 ‘에코힐링’을 체험할 수 있다.
계족산황톳길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개운해지는 ‘에코힐링’을 체험할 수 있다.
계족산황톳길에 들어서면 어깨엔 가방을 메고 손에는 신발을 쥔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계족산황톳길에 들어서면 어깨엔 가방을 메고 손에는 신발을 쥔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계족산황톳길의 연간 방문객은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져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계족산황톳길의 연간 방문객은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져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면 발 마사지와 산림욕이 된다. 황톳길의 붉은 색깔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독특한 체험은 다양한 감각으로 심신을 치유하는 '멀티 테라피(복합요법)'에 가깝다.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 다수의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고질병에도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피톤치드 가득한 숲의 향기는 덤이다.

계족산황톳길 산책로의 반쪽은 황톳길이고 나머지 절반은 일반 산책길로 조성돼 있다. 맨발 걷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반 길로 걸으면 되니 '짬짜면' 같은 매력이 있다. 전체적으로 산길이 완만해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 여행객들에게도 추천할만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고, 중간중간 쉼터가 있어 앉아서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다. 계족산황톳길은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이용이 가능하며, 시즌에 따라 맨발축제와 무료 클래식 공연인 숲속음악회가 열린다. 계족산황톳길 코스 서쪽 방면에는 1995년 개장한 장동산림욕장이 있다. 계족산성 아래 숲 골짜기에 있어 풍광이 아름답고 등산순환도로와 잔디광장, 체육·모험·놀이시설 20여종을 갖추고 있어 시민들의 대표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계족산성에서는 대전 시내와 너른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계족산성에서는 대전 시내와 너른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청호 한눈에 담는 전망대, 계족산성

계족산 정상에는 돌로 쌓은 계족산성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전 시내 전경과 너른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둘레 약 1200m, 높이 399m의 테뫼형 산성(산 정상을 둘러쌓은 성)으로,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쌓아올려 만듦새가 정교하다. 현존하는 성벽의 안쪽 높이는 3.4m, 외벽 높이 7m, 상부 너비 3.7m이며, 가장 잘 남아 있는 북쪽 성벽의 높이는 10.5m, 서쪽 성벽의 높이는 6.8m이다. 성의 동·서·남쪽에 너비 4m의 문지(門址)가 있으며, 길이 110㎝, 너비 75㎝, 높이 63㎝의 장방형 우물터가 있다. 그 아래로는 약 1m의 수로가 있다. 상봉에 봉수터로 추정되는 곳이 있으며, 건물터와 주춧돌이 남아 있다. 문헌상으로는 이곳에서 백제 부흥군과 신라의 김유신 등이 싸웠다는 기록이 있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는 가을이 되면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며 단풍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뽐낸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는 가을이 되면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며 단풍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뽐낸다.

메타세쿼이아에 반하다, 장태산자연휴양림

해발 306.3m의 장태산 기슭(대전 서구 장안동 일원)에 조성된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지금은 고인이 된 임창봉씨가 조성한 최초의 민간 자연휴양림으로 대전팔경 중 하나다. 81만5855㎡ 규모로 1991년 5월에 개장했으며 지난 2002년부터 대전시가 운영하고 있다. 고유 수종인 밤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등 유실수와 소나무를 비롯해 미국 메타세쿼이아, 독일 가문비나무 등 외래 수종이 조화롭게 가꿔져 있다.

메타세쿼이아는 가을이 되면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며 단풍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뽐낸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는 특히 아름답기로 입소문이 나 있다. 시원시원하게 쭉 뻗은 각선미와 가을 빛깔로 물든 이파리들이 이색적인 낭만을 선사한다. 또한 나무데크로 중층의 숲을 체험하게 만든 '숲속어드벤처' 길과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 사이에 높이 10~16m, 폭 1.8m, 길이 196m로 만드어진 하늘길 '스카이웨이',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도 방문 필수 코스다. 이외에 숙박시설인 숲속의집을 비롯해 메타세쿼이아로 꾸며진 숲속 삼림욕장, 어린이 학습공간으로 활용되는 교과서식물원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대청호오백리길을 따라 역사유적, 문화답사, 농촌체험, 등산과 산책 등을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다채롭게 이어진다.
대청호오백리길을 따라 역사유적, 문화답사, 농촌체험, 등산과 산책 등을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다채롭게 이어진다.

역사·문화 두루 즐기는 대청호오백리길

대청호는 금강 수계 최초의 다목적 인공 저수지로, 저수량 기준으로는 소양호와 충주호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대전 대덕구와 동구, 충북 청주시와 보은군, 옥천군에 걸친 대청호 호수 주변으로 대청호오백리길이 조성돼 있다. 녹색생태관광로드로도 불리며 총 구간 길이는 약 250㎞로, 본선 21구간과 지선 5개 구간으로 나뉜다. 대청호오백리길을 따라 역사유적, 문화답사, 농촌체험, 등산과 산책 등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다채롭게 이어진다.
대청호 물문화관, 두메마을, 미륵원, 대청호 자연생태관, 청남대, 금강유원지, 찬샘마을, 문의문화재단지, 정지용 생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샛길이나 갈림길이 거의 없고,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설치된 점도 편리하다.
걸을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껏 누릴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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