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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3부작 '노량' 가슴을 울리는 영웅의 북소리 [이 영화]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3 16:04

수정 2023.12.14 10:36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 언론시사회에서 김한민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박명훈, 문정희, 박훈, 김성규, 허준호, 정재영, 백윤식, 김윤석, 김한민 감독.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2023.12.1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사진=뉴스1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 언론시사회에서 김한민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박명훈, 문정희, 박훈, 김성규, 허준호, 정재영, 백윤식, 김윤석, 김한민 감독.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2023.12.1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내가 죽고 너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너가 죽고 내가 살다니.” 아들 면이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1597년 10월 14일), 이순신은 이렇게 통곡하며 “아직 목숨은 남아있지만은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있을 따름”이라며 울부짖었다(난중일기’ 더스토리).

그렇게 일본군에 영리하고 무예가 출중했던 아들을 잃고 13개월 후인 1598년 11월 17일,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관음포(觀音浦)로 도주하는 마지막 왜군을 추격하던 중 총환을 맞고 쓰러지면서 “내 죽음을 알리지 말고, 추격을 계속하여 적을 격파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역대 한국영화 최고흥행작인 ‘명량’(2014)이 개봉한지 10년 만에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의 마지막편 ‘노량:죽음의 바다’가 12일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 시장에 공개된 ‘한산:용의 출현’(2022)에 이어 ‘노량’은 노량해전이 열린 겨울에 맞춰 오는 20일 개봉한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문을 여는 '노량'은 경상도 남해현 노량해협의 겨울 바다에서 살아서 돌아가려는 왜와 조-명연합수군이 이틀에 걸쳐 난전을 펼친 전투로,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이순신의 결의가 조명된다.

전반부가 히데요시의 철군 명령 후 각자 입장이 다른 조선과 명나라 수군, 왜군 지휘부의 이야기로 한 시간 가량 채워진다면 나머지는 노량대첩이 자리한다. 오로지 바다 위에서 밤과 새벽의 해상전이 100여분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선상에서 벌어지는 백병전은 그날의 전투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노량: 죽음의 바다' / 사진=뉴스1
'노량: 죽음의 바다' / 사진=뉴스1

앞서 '명량'이 이순신의 카리스마 넘치던 리더십으로 승리의 기쁨을 주고, '한산'이 젊고 냉철한 이순신의 뛰어난 지략으로 감탄을 자아냈다면, 이번 '노량'은 영웅의 고통과 고뇌를 절절히 드러낸다. 막내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고통과 슬픔, 아비규환 속에서 먼저 간 동료를 보는 이순신의 절박함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된 임진왜란을 어떻게든 끝내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고, 나라를 세우려는 영웅의 결의가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영웅의 마지막은 담백하면서도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최덕문 배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녹음 기사님이 (쓰러진 장군의 모습을 숨긴) 방패 안으로 들어와서 함께 울었던 것이다. 단역 배우들과 함께 숨죽여 울었다"고 회고했다.

김한민 감독은 “3국 병사들의 아비규환 속에 있는 이순신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량해전은 기록 자체가 너무나 큰 해전이었다. 조선의 장수들뿐만 아니라 명나라 장수도 많이 죽었다. 실제로 서로 근접해 싸운 난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해전을 어떻게 표현할지 용기가 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것을 극복하고 그 전장의 중심에 있던 이순신에 주목했다. 결국 100분의 해전이 펼쳐지게 됐다.”

'명량'의 최민식과 '한산'의 박해일에 이어 이순신을 연기하게 된 김윤석은 "너무 부담스러운 역할이자 영광스러운 역할이었다"며 "만약 세 작품 중 하나를 한다면 '노량'을 하고 싶었다. 7년 전쟁의 모든 게 들어가 있고, 7년 이후의 생각들,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끝을 맺고, 어떤 정신을 후대에 물려주고, 또 어떻게 해야 이 땅을 다시 넘보지 못하게 할지, 그 생각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표현할지에 대해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가 이 전쟁을 그만하자고 할 때, 이순신 장군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것들이 힘들었지만 벅찬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또 치열했던 백병전을 언급하며 "부산포 해전에서 적군의 총에 즉사한 정운 장군, 안성기 선배가 연기한 물길을 잘 알던 어영담, 이순신보다 어리지만 명석했던 전라우수사 이억기 등을 만날 때, (이순신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떠오르는 해를 봤고 돌아간 세 장군의 혼령이 함께 싸운다는 것을 어떻게 느꼈나,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어떤 음악도 배제하고, 목소리만으로 그 감정을 뱉어내야 했는데, 모두의 도움으로 해냈다"고 말했다.

“외국영화를 보면 2차세계대전 소재 영화가 배우와 감독이 바뀌어 계속 제작된다. 이순신 영화 역시 제가 어릴 적에 김진규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한 '성웅 이순신'을 단체관람했다. 앞으로도 더 뛰어난 연기자와 감독이 이순신 영화를 계속 만들면 좋겠다.”

김한민 감독은 "그동안 장군님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시대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일이 있었다"고 회고하며 이 영화가 "우리시대에 위로와 희망을 주길" 바랐다.

"'명량'이 개봉한 2014년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지난해 '한산'은 코로나 팬데믹 시국에 개봉했다. 지금은 그 여파로 극장과 한국영화 산업에 위기가 왔다.
'노량'을 성실하게 만들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함께 공감하는 장으로서의 극장을 다시 찾길 바란다.
또 영화를 통해 위로와 희망도 얻어가면 좋겠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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