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원정 화장·6일장 끝…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증설 ‘숨통’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1 14:30

수정 2025.08.11 18:48

18일부터 11기→15기 추가가동
2040년 화장 수요까지 대응 가능
17년전 고령화 대비 부지 先확보
패스트트랙 가동해 1년 만에 완공
내부 정체 분산하는 로봇도 도입
11일 오세훈 시장(앞줄 왼쪽 첫번째)이 서울 서초구의 서울추모공원을 찾아 새로 도입한 자율주행로봇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11일 오세훈 시장(앞줄 왼쪽 첫번째)이 서울 서초구의 서울추모공원을 찾아 새로 도입한 자율주행로봇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지난해 9월 착공한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증설공사가 1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화장로는 기존 11기에서 15기로 늘어나 하루 85건의 화장 수요를 충족시킬 예정이다. 시설 외관은 꽃을 형상화해 추모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했고 기피요인으로 꼽히던 공해요소도 정기 점검을 통해 방지한다.

서울시는 오는 18일부터 증설된 '서울추모공원' 화장로를 본격 가동한다고 11일 밝혔다. 진행 중인 서울시립승화원 구형 화장로 교체가 완료되면 서울 시내에서 하루 평균 가능한 화장 건수는 기존 181건에서 207건으로 늘어난다.



■미리 부지 확보…공사비·기간 급감

서울시는 "이번 화장로 증설의 핵심은 2008년, 서울추모공원 신규 건립 당시 빠르게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예견해 화장로 추가 가능 공간을 미리 확보해 놓은 것"이라며 "사전에 확보한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공사 기간 단축은 물론 공사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화장 수요가 급등하며 4일장·6일장을 치르거나 화장터를 찾아 지방까지 내몰리는 '화장대란'이 일어난 바 있다.

다만 화장장은 매번 주민들의 반대로 실행이 무산되는 대표적인 서울시 난제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건립 당시 미리 확보해둔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반대 의견을 피할 수 있었다.

우선 부지매입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이번 증설에서는 화장로 1기 공사에 18억원가량이 소요됐다. 신규 화장장의 경우 1기당 224억원 수준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통상 대비 12분의 1 수준으로 예산을 절감한 셈이다.

신규 부지 선정 간 불가피한 주민협의 기간이 줄며 공사기간도 대폭 줄었다. 설계·시공 병행, 자재 조기 발주를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까지 적용하며 추가로 5개월을 앞당기는 등 1년 만에 화장로 증설을 완료했다.

특히 증설 기간 내 기존 11기 화장로는 정상적으로 가동을 이어갔다. 공사 역시 소음이 큰 주요 작업은 야간에 진행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했다. 신규 건립이 아닌 기존 시설 내 증설 방식으로 인근 지역 부동산 및 경제적 파장 등도 최소화했다.

■화장장 '기대시설'로 변신

'서울추모공원'은 대표적 기피시설인 화장장을 '기대시설'로 탈바꿈시킨 '도시공간 혁신모델'로 꼽히고 있다. 청계산 자락 약 17만㎡ 중 12만㎡에 달하는 부지를 헌화의 의미를 담은 꽃으로 형상화해 기존 일률적인 외관의 화장장과 차별점을 뒀다. 건축물 자체는 지표면에서 12m가량 굴착한 지점에 짓고, 건물 주변에는 2~3m 둔덕을 쌓아 나무를 심어 공원과 같은 외관을 지니게 했다.

차량 진출입로에는 터널을 설치하고 도로 양측에 자연석 옹벽을 쌓아 시선을 차단한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한 방향으로 화장 동선을 설계해 입·퇴장 공간도 완전히 분리했다. 염화수소, 먼지, 일산화탄소, 다이옥신, 악취, 매연 등 시민건강에 대한 우려 측면에서도 전문업체가 법정·자체 측정항목에 대한 정기 점검을 진행 중이다. 결과는 수도권대기환경청·공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한다. 최근 5년간 모든 수치는 관련 법상 허용 기준 이내로 나타났다.

오세훈 시장은 "무색, 무연, 무취, 무해한 녹지공간으로 조성했다"며 "바로 옆이 청계산 올라가는 등산로임에도 이곳에 화장로가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설계"라고 강조했다.

화장 후 수골실 이동에도 자율주행로봇(AMR)을 도입한다. AI 기술로 주변 환경을 반영해 경로를 설정·이동해 화장장 내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시는 "자율주행로봇 5대만으로도 현재 이용 중인 자동유골 운반차 7대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승화원 구형 화장로 23기 역시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교체가 완료되면 관내 하루 화장 가능 수량은 최대 249건까지 늘어난다. 2040년 예상 화장 수요인 하루 평균 227건에 대응할 수 있는 수치다.


오 시장은 "2040년 정도까지는 화장 수요의 증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10년, 20년 뒤에는 다시 부족해질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며 "인구 구조의 변화는 미리 예측이 가능한 만큼 당연히 미래를 내다본 투자를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