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車·조선·철강 잇단 집회
하청노조 교섭요구 전산업 확산
하청노조 교섭요구 전산업 확산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에 대한 모호한 규정으로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업체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하청업체들이 다양한 사항을 들어 교섭을 요구하고 나서 혼란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제조과정에서 적게는 수백개, 많게는 수천개의 하청업체가 관여하는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산업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현대제철에 책임 있는 교섭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하청업체 소속으로 현대제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다.
또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오는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현대제철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고소장 제출에는 약 19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할 계획이며 별도의 선전전도 예고됐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이앤에스 노조는 통상임금 지급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던 중 지난 6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가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에는 임금 체불 문제까지 삼성전자가 나서라며 요구 범위를 넓혔다. 국내 주요 조선소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달 HD현대·한화오션 등 원청에 공동 교섭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도 오는 27일 오후 4시30분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임단협 결렬 6개 법인 조합원들과 함께 2차 집회를 개최한다. 이 법인들은 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NIT), 엔테크서비스(NTS),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으로, 노조는 지난 11일 1차 집회를 연 바 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쟁의 법인들의 모기업 네이버, 네이버웹툰이 계열사의 임금·복지·인력 운영 등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해 온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네이버가 비용 절감을 위해 만든 원·하청 이원화 구조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로서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하청업체 환경을 악화해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부 하청업체가 파업에 나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다른 하청업체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한달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자 협력사 수백곳이 경영 위기를 호소하며 파업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조윤주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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