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채무 인정하고 사과했어도 시효이익 포기 아냐"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3 19:04

수정 2025.09.23 19:04

대법, 돈 갚겠다는 의사로 못 봐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더라도 시효이익(소멸시효가 완성돼 채무자가 얻게 되는 법적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효이익을 포기했다고 명확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돈을 갚겠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사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2013년 8월 B씨와 경남 거제시의 한 토지에 숙박시설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같은 해 12월 공사를 완료했다. 공사 규모는 10억1200만원으로, B씨는 이 중 9억6050만원만 지급했다.

이에 A사는 미지급된 공사대금과 지연손해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2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B씨는 2013년 12월 공사가 완료됐고, 6년이 지난 2019년 8월 소송이 제기됐다는 점을 들어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3년)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B씨 대리인이 A사 측에 공사대금이 미지급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한 점 등을 들어 "시효 이익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했다면, 시효 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추정된다'는 법리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피고 대리인이 원고 측에 공사대금 미지급 사실 등에 대해 사과했더라도 그 행위의 진정한 의도가 시효이익 포기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시효 완성 사실을 알면서 사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