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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치동 아파트 갑질의혹' 관리소장, 개인정보법 위반 벌금형 확정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8 16:33

수정 2025.10.08 16:32

입주민 찍힌 CCTV 영상 촬영 지시
경비원 자살사건 후 주민들과 갈등
법원 "유리한 증거 확보 목적...관리소장 권한 초과"
관리자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일했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앞에서 동료 경비원들이 관리자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관리자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일했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앞에서 동료 경비원들이 관리자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주민의 개인정보를 침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게 6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이 아파트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갑질을 주장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직후 불거진 주민들과의 분쟁 과정에서 관리소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이흥구 주심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모씨의 상고를 지난달 16일 기각하고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안씨는 2023년 5월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입주민 두 명이 촬영된 영상을 관리실 직원에게 휴대전화로 촬영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이 아파트에서는 두달여 전인 같은 해 3월 경비원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안씨가 경비대장인 자신을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하는 등 갑질로 고통을 받아왔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후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등 주민들이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해임을 촉구하면서 갈등으로 번졌다. 선관위 측은 입대의 회장 해임안 선거 동의서를 받거나 안내문을 우편함을 통해 배포했다.

안씨는 이 과정에서 선관위원 두 명이 이같은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을 관리실 직원을 통해 촬영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의 지시를 받았던 관리실 직원 B씨는 안씨로부터 미리 작성된 '사실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고 1심 재판에서 증언했다. 경찰에 제출된 확인서에는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CCTV 확인은 통상적인 업무'라는 내용이 담겼다.

1, 2심 재판부는 B씨가 법원에 제출한 휴대전화 녹취록 등을 근거로 "안씨가 A씨에게 이 영상을 촬영하라고 지시하고, 영상을 시청하는 등 개인정보법이 규정하는 '개인정보'를 사용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녹취록에는 안씨가 B씨에게 '특정 시간대, 특정 사람이 찍힌 영상을 선별해서 찾아달라'거나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을 확인하는 내용 등이 남아 있다.

재판부는 안씨가 입주자들과의 갈등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 범행했다고도 지적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개인정보법 위반은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을 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으로, 안씨는 입대의 회장의 해임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자 회장 측에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관리소장으로서 CCTV 관리 목적을 벗어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벌금 4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지만 안씨는 불복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후 법원은 검찰이 구형한 400만원 벌금형보다 높은 600만원 벌금을 선고했다.
입대의 회장 해임안 선거 과정에서 안씨가 선거 안내문 등을 훼손한 혐의(특수절도 등) 사건은 검찰에 송치돼 있다.

안씨의 갑질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2023년 12월 산업재해 유족연금 지급을 결정하고 산재를 인정한 바 있다.
반면 안씨의 직장 내 괴롭힘 혐의를 조사한 고용노동부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은 '갑질에 가까운 괴롭힘이 있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안씨가 부인해 정황을 특정하지 못했다'며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