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는 그로부터 며칠 후 해당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온라인 고용계약서를 썼다. 그 다음 날 업무 관리자 B씨는 연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회사 자금이 A씨 계좌에 입금되면 그 돈으로 빗썸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구매한 후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OKX에 개설돼 있는 전자지갑으로 전송하는 되는 것이었다. A씨는 가상자산 거래 경험이 있던 터라 어렵지 않게 입금된 돈으로 테더를 사 지정된 전자지갑으로 보내는 일을 수차례 반복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일이 터졌다. A씨 계좌가 있는 시중은행으로부터 본인 명의 빗썸 거래전용계좌가 지급정지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빗썸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알림이 왔다. 코인을 구매하라며 입금 받은 자금은 실제 회삿돈이 아닌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게 사유였다.
문제는 계속 생겼다. A씨는 며칠 후 해당 계좌에 남아 있던 얼마 안 되는 돈에 대해서도 보이스피싱 피해자로의 환급을 위한 채권소멸절차가 개시됐단 얘기를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자금융거래 제한 통지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에 개설된 계좌에 대한 인터넷 뱅킹마저 막혔다.
A씨는 억울하다는 생각에 은행에 텔레그램 대화 내역, 송금 내역 전자계약서 등의 자료를 제출하며 이의제기를 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이들 자료만으로는 코인 대리 구매라는 비정상적 행위를 정상 거래로 취급할 수 없다며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채권소멸절차 종료 후 금융거래제한자로 지정되는 일만 무기력하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년간 신규계좌 개설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송금이나 이체에 있어서도 한도 제한이 심해지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된 A씨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금감원 측은 가상자산 거래는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다양한 범죄와 관련된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 대리 구매는 일반 상식에 비춰 볼 때 정상적 거래라 보기 어렵다”며 “구직 사이트 및 커뮤니티 등에 높은 수당이나 수수료를 대가로 이를 권하는 제안에 대해선 의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계좌를 내주는 것만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 이 경우 계좌 지급정지뿐 아니라 전자금융거래 제한, 채권소멸절차에 따른 금액 반환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전화 한통에 금전뿐 아니라 삶까지 빼앗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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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