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법원 산재사고 관련 공단 구상권 판례 뒤집어
[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이 공사 현장에서 지게차 운전자와 지게차 소유주로 인해 발생한 산재사고에 대해 이미 지급된 보험금의 반환(구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산재보험법에 따라 '제3자의 행위'로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공단이 보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 한 현장에서 '같은 위험을 공유'했다면 제3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오후 근로복지공단이 지게차 운전기사 A씨와 지게차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산재보험금을 물어내라며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확정 판결(파기자판)했다.
A씨는 2017년 2월 한 건설공사장에서 지게차로 철근을 옮기다 사고를 내 협력업체 근로자 C를 다치게 했다. 이로 인해 C씨는 목뼈 골절 및 척수 손상을 입고 그해 6월부터 산재보험금을 받았다.
이후 공단은 지게차 운전기사 A씨와 지게차 소유자인 B씨에게 공단이 지급한 보험금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지게차 운전기사와 소유자가 산재보험법 제87조가 규정한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산재보험법 87조는 제3자의 행위로 산업재해가 발생해 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공단이 피해 근로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모두 공단 측 주장을 받아들여 A씨와 B씨가 함께 지급된 보험금 중에서 사고를 당한 C씨의 과실 등 일부를 제외하고 물어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위험을 공유한 관계'이므로 제3자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심 및 1심 판단을 모두 다 파기하고 대법원에서 공단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2008년 4월 유사한 사건에서 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하는 판례를 냈으나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새로운 판례를 세운셈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가해자가 재해 근로자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닐 때에도 재해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업무를 수행하며 재해가 발생했다면 사업장 내 위험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해당 작업은 사업주가 행한 사업에 편입돼 그 일부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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