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산업 등
첨단제조업 공급망 안정성 강화
②조선·철강·자동차·기계산업 등
전통제조업의 녹색·디지털 전환
③아세안·인도·중동·중남미 등과
수출시장·통상 네트워크 다변화
첨단제조업 공급망 안정성 강화
②조선·철강·자동차·기계산업 등
전통제조업의 녹색·디지털 전환
③아세안·인도·중동·중남미 등과
수출시장·통상 네트워크 다변화
2026년 세계 무역전망은 단기 경기흐름을 넘어 한국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성장경로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상시화, 자원과 기술의 안보화, 공급망의 블록화, 기후·환경 규범의 제도화가 동시에 전개되면서 글로벌 교역질서는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통상은 더 이상 경제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안보·외교·산업 정책과 결합된 국가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해 부과한 최고 100%에 달하는 전략적 추가 관세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등에 대한 강경 대응의 산물이다. 비록 미중 간 협상을 통해 품목별 시행 시기가 조정되거나 일부 예외가 논의되고 있으나, 이는 기술·자원·안보를 둘러싼 양국 경쟁이 단기 갈등을 넘어 장기적 구조 경쟁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에도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세계 교역 증가율을 2%대 초반(약 2.3%)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2025년(3.6% 내외)의 기록적인 선행 선적 수요가 진정되면서 나타나는 둔화세다. 이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하강이라기보다 보호무역의 제도화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시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과거와 같은 물량 중심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고, 2026년 통상환경을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는 '관세 충격의 누적'과 '교역질서의 파편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특정 국가와 소수 주력산업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산업에 대한 편중은 중장기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한국의 수출전략은 물량 확대 중심에서 기술력, 규범 대응력, 공급망 신뢰를 중시하는 질적 전환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의 통상전략은 다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첫째, 첨단 제조업 공급망의 안정성과 자율성 강화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산업은 미래 성장동력이자 동시에 미중 기술경쟁의 핵심 전장이 되고 있다. 핵심 소재·부품의 내재화,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협력, 기술유출과 수출통제에 대한 체계적 대응은 선택이 아닌 생존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둘째, 전통 제조업의 녹색·디지털 전환 가속화다.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비롯한 환경규범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경쟁 기준이다. 조선, 철강, 자동차, 기계 산업은 친환경 기술과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공정 혁신을 통해 비용구조와 경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2027년식 모델부터 적용되는 미국의 커넥티드차 소프트웨어 규제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제조 공정에서 소프트웨어, 데이터, 보안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는 소프트웨어중심차(SDV)와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내재화, 코드·데이터 출처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통상 대응의 핵심과제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환경 대응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셋째, 수출 시장과 통상 네트워크의 전략적 다변화다. 미중 이중 의존구조를 완화하고 아세안, 인도, 중동, 중남미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심화해야 한다.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투자·기술·인프라·금융을 연계한 복합적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가입 추진 의사가 공식화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단순 관세 철폐를 넘어 전략적 판단의 문제다. CPTPP는 디지털 무역, 환경, 노동, 지식재산, 공급망 규범을 포괄하는 차세대 통상규범의 집합체다. 역내 주요 국가들이 이미 참여한 상황에서 한국이 장기간 관망할 경우 교역·투자·표준 경쟁에서 구조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2026년의 세계 통상환경은 위기와 기회가 중첩된 전환기다. 통상의 범위가 확대되고 복잡해질수록 국가의 전략적 선택은 더욱 중요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충격을 관리하는 대응뿐만 아니라 중장기 구조변화를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환에 성공한다면 2026년은 한국 통상정책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는 출발점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박기순 한중경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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