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아이 더 낳자고 말하기 전에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5 19:07

수정 2026.01.25 19:54

서지윤 사회부
서지윤 사회부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어린 시절 사진을 모아 놓은 앨범을 또 한 번 펼쳐봤다. 갓 태어나 초점 없이 눈을 뜨고 있을 때부터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의 사진이 담긴 앨범. "넌 절대 분유병을 안 잡으려고 했다"는 엄마 말을 증명하듯 스스로 분유병을 쥐고 있는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어느새 시간은 30년 가까이 흘렀고, 이제는 내게도 배불리 먹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서툰 솜씨지만 다른 사람의 입에 들어갈 음식도 만들 줄 알게 됐다. 여느 사람들이 그렇듯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커가는 건 아닌가 보다. 부모 품에 한 번도 제대로 안겨보지 못하거나, 부모에 의해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아이도 있는 걸 보니. 이러한 선택을 하기까지 수백번은 거쳤을 저울질을 어찌 가늠할까마는, 작년 말 한 대학 기숙사에서 아이를 출산한 외국인 유학생은 한파 속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야외에 버려 숨지게 했다. 어떤 아이는 자신과 같은 유전병을 앓을 것이라 비관한 친모에 의해 살해당했고,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짐작하건대 부모에 의해 살해됐지만 기록조차 되지 못한 아이들은 더 많을 것이다.

자녀 살해는 엄중한 처벌을 물어야 할 범죄다.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많은 부모는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어떻게든 자녀와 함께할 미래를 그려 나간다.

한 재판부는 이렇게 말했다. 평생 어린 자식을 죽인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 어떠한 형벌보다 무거운 형벌이라고. 그럼에도 이러한 비극을 어느 가족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래야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라는 가중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재판부가 수없이 이야기하면서도 앞선 사건과 같은 비극적 결과를 오로지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강조해 온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녀 살해 범죄는 꼭 해결해야 할 난제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 것은 어른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늦었지만 해결하기 어렵다고 덮어두거나 '나'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며 묻어두어선 안 된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양육할 수 없다고 판단해, 병력으로 인해 결정 능력이 미약하여…." 자녀를 살해한 피고인의 판결문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들의 고민은 절대 낯설지가 않다.
남은 건 우리의 결정이다. 인구가 부족하다면서 새로 태어날 사람들을 손꼽아 기다리기 전에 이미 태어난 사람들을 소중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른 때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