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외상으로 46조를 땡겨?", 구글의 ‘AI 빚투’ 전략[AI 아틀라스]
[파이낸셜뉴스]최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금융 시장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졌다. 만기 100년짜리 초장기 채권(Century Bond)을 포함해 총 320억 달러(약 46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이런거다. "돈 꿔주면 100년후 갚는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써주겠다."
구글이 100년 도박에 나선 배경은 인프라 비용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AI산업을 아주 쉽게 이해하려면 한국의 PC방 운영 노하우에 비유할 수 있다. 좀 무식해 보이지만 이게 가장 설명하기 쉬운 방법이다. PC방이 잘 되려면 좋은 PC와 공간에 당연히 안정적 전력이 필요하고, 거기에 유행하는 좋은 게임이 있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나 배틀그라운드, 디아블로 같은 게임들이 한국의 PC방을 유행시켰다. PC방은 좋은 목에 차려야 하고, 좋은 게임과 쾌적한 고성능PC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한번 차리고 영원히 돈을 뽑을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목 좋은 구획에 경쟁 PC방이 계속 들어서고, 밀리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밑빠진 독에 물을 퍼부저야 한다. 새 PC게임 패키지를 사들이고, CPU와 그래픽카드(GPU), 대형 모니터 등을 최신 사양으로 제때 업그레이드 해야 경쟁 PC방에 손님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
이쯤에서 고(故) 삼성 이건희 회장이 말한 '업(業)의 본질'에도 주목해보자. 그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데는 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본 경영이 한몫을 했다. 호텔 산업에 대해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렇게 정의했다. “호텔은 서비스산업이 아니라 부동산 산업이자 장치산업이다”. 이를 AI시장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정교한 서비스에 도가 튼 구글은 AI를 부동산 산업이자 장치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좋은 서비스와 기술은 당연한 얘기고, 적시에 그만한 인프라를 대비할 능력이 없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 살아있다면, 그에게 AI산업에 대한 업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면 필경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AI는 서비스 산업이 아니라 부동산 산업이자 인프라 산업이다.”
구글은 올해 자본지출(CAPEX) 전망치를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850억 달러(약 269조 원)로 대폭 상향했다. 오라클은 어떤가. 오라클 역시 최근 2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13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요를 끌어모았다. 이제 AI 전쟁은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더 거대한 인프라를 지탱할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느냐'는 자본의 지구전 양상으로 치달은 셈이다.
첫번째는 재무적 유연성이다. AI 투자는 즉각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인프라 구축에 집중된다. 100년 만기 채권은 원금 상환 부담을 먼 미래로 미루면서 낮은 금리로 장기적인 실탄을 확보하게 해준다. 두번째는 투자자의 신뢰다. 영국 파운드화 시장에서 발행된 100년물에 목표액의 10배가 넘는 주문이 몰린 것은, 시장이 100년 뒤에도 구글의 생태계가 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강력한 증거다. 세번째는 강력한 인플레이션 헤지 전략이다. 초장기 채권은 발행사 입장에서 미래의 화폐 가치 하락을 고려할 때 전략적으로 유리한 도구가 된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인프라 병목 현상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장기적으로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 전력 공급 부족과 고성능 칩 수급 불안정은 자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변수다. 시장은 과연 100년을 기다릴 수 있을까. 구글은 꾸준히 수익성 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증명을 계속해야 한다. 채권은 투자자들끼리 사고 팔기 때문에 100년이 지나면서 손바뀜은 여러 차례 일어나게 된다. 2026년은 AI가 '실험'을 넘어 '비즈니스 성과'를 내야 하는 해다. 천문학적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구글이 짊어진 100년의 약속은 무거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