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나 사채업자, 금괴도 있다"...아들 계좌로 3억 넘게 빼돌린 60대 주부의 거짓말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3 21:00

수정 2026.03.03 21:00

"고이자 주겠다" 속여 2억5000만원 송금받아
"금괴 찾으면 갚겠다"...47차례 9000만원 추가 편취
法 "수차례 동종 범행에도 범행...엄벌 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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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채업자 행세를 하며 고이자 보장을 미끼로 거액을 가로채고 집에 숨겨둔 금괴를 찾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60대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이준석 판사)는 지난 1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정주부 윤모씨(67)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윤씨는 지난 2019년 8월께 서울 강동구의 한 부동산 사무실에서 같은 계를 하며 알게 된 가정주부 전모씨(80)를 상대로 사채업을 통해 재력을 축적한 것처럼 속이며 2억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윤씨는 전씨에게 "2억5000만원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받게 해주겠다"며 "1억원은 언제든지 말만 하면 갚고, 1억원에 대해서는 보증을 세울 테니 아들(피모씨) 계좌로 보내달라"며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때 윤씨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던 데다 별다른 수입이나 투자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은 기존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이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씨는 또 다른 피해자 박모씨를 상대로도 거짓말을 반복했다. 앞서 그는 2015년 12월께 박씨에게 "아파트에 금괴와 현금을 숨겨뒀는데 구속됐다가 출소해 가족들도 금괴 위치를 모른다"며 "관리실에 돈을 주고 폐쇄회로(CC)TV를 열람해야 하니 비용을 빌려주면 금괴와 현금을 찾아 갚겠다"고 속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집에 금괴나 현금을 보관한 사실이 없었으며 송금받은 돈은 생활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윤씨는 같은 달 19일 아들 명의 은행 계좌로 120만원을 송금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7년 7월까지 총 47회에 걸쳐 합계 9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재판 과정에서 윤씨 측은 "2억5000만원 중 1억원은 지인 이모씨가 차용한 것이고, 나머지 금액인 1억5000만원에 대해서도 편취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9000만원은 대여금이 아닌 피해자가 증여한 돈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들의 일관된 사기피해 진술과 현금보관증 기재 내용, 자금 흐름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2억5000만원 전액이 윤씨 아들 명의 계좌로 입금된 점, 윤씨가 다액의 금융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변제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가족관계가 아닌 피해자가 1년6개월 넘는 기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거액을 아무런 대가 없이 증여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종 사기 범행으로 수차례 처벌받았음에도 다시 피해자들을 기망해 합계 3억40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을 편취했다"며 "피해자들과 합의되지 않았고, 피해 회복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윤씨는 2012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한 전력이 있으며 2015년 형 집행을 마친 뒤에도 또다시 사기 범행으로 기소돼 2024년 징역 2년이 확정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출소 이후 재차 동종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