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지각·절도에 실력 부족" 단톡방서 동료 저격했다가 '벌금 폭탄' [사건실화]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2 07:00

수정 2026.03.22 07:00

동종업계 100여명 채팅방에 허위글 게시
法 "허위 인식·비방 목적 있어"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본인이 절도하거나 지각하고 나서 다른 통역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것도 비상식적인데, 실력 부족으로 프랑스 대사님 앞에서 대기업 프레젠테이션 망치고 에이전시 몇 군데 목 날렸으면 반성의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나요? 그런 분을 미검증하고 여기저기 추천해주시는 건 절대 선의나 호의가 아닙니다."

지난 2023년 5월 3일, 약 80~100여명의 통역사들이 참여하고 있던 정보 공유용 채팅방에는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글과 함께 게시된 사진에는 통역사 이모씨의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명찰이 드러나 있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있는 상태였다.

글을 올린 사람은 해당 채팅방을 운영하던 동종업계 종사자 겸 모델 김모씨(40)였다. 글에는 피해자가 물건을 훔치거나 지각 후 책임을 다른 통역사에게 떠넘긴다는 취지의 내용과 함께 프랑스 대사 앞에서 대기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다 실패했다는 주장 등이 포함됐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김씨는 재판정에 서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곽윤경 판사)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씨가 다수의 사람이 참여한 단체채팅방에 허위 사실을 게시함으로써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내용을 전파했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여러 사람의 제보와 요구를 바탕으로 글을 올렸으며 검증되지 않은 통역사를 추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적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조사 없이 게시글을 올렸으며 이러한 방법만이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미필적으로라도 허위에 대한 인식과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 없는 초범이라 해도 명예훼손의 정도, 침해방법, 내용 등을 고려하면 벌금형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선고 후 김씨는 벌금 600만원을 물게 됐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