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상가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집주인(임대인)의 소유권 변경이 있었다면 보증금 반환 책임은 새 집주인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A씨가 서울의 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원고인 A씨는 정비구역 내 상가건물을 B씨로부터 임차하면서, 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고 임대차기간을 2021년 12월 31일까지 갱신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B씨가 재건축조합에게 상가건물 소유권을 넘기면서 발생했다. 조합은 2022년 1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고 3달 뒤에 상가건물에 대한 인도 집행도 완료했다.
A씨는 B씨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새 주인인 조합을 상대로 보증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또 직전 임차인에게 지급한 권리금과 영업을 계속했더라면 얻었을 영업이익 상당의 손해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임대차 기간이 끝난 뒤에 소유권을 얻은 새 주인에게도 보증금 반환 의무가 있는가’였다. 1심과 2심은 계약이 이미 종료된 후 주인이 바뀌었으므로 새 주인은 임대인 지위를 이어받지 않는다고 보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새 주인에게 보증금 반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2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법 조항은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항력을 갖춘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이 양도되면, 새 주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세입자는 전 주인이 아닌 바뀐 주인에게만 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다.
다만, 세입자 A씨가 조합 측에 요구한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과 영업이익 손실 보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임대차 계약 자체는 이미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조합 측에 권리금 회수 등을 보장할 책임까지는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은 상가 매매 과정에서 임대차 계약 종료 여부와 상관없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현재의 건물 소유주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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