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화면 낭독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차별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다만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고, 시각장애인들은 재판소원을 내기로 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 주장을 인정할 경우 대체 텍스트를 도입하지 않는 온라인 쇼핑몰은 막대한 배상과 함께 법적 책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몰 G마켓, SSG닷컴,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사용할 때 화면상의 글자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스크린 리더를 사용한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많은 상품들이 제품에 대한 상세 설명을 이미지 파일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원고들은 기업들이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라며 1인당 위자료 2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재판 과정에서 상품설명 이미지 편집권은 판매자들에게 있어 대체 텍스트를 강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스크린 리더를 통해 청취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고,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단에 대해서만 취소했다.
2심은 "웹사이트에 상품을 등록하는 업체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어려운 현실, 이미지를 텍스트로 구현할 수 있는 현재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하면 차별행위가 고의·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원고 측과 온라인 쇼핑몰은 각각 상고했으나 대법은 모두 기각했다. 대법은 "장애인차별금지법령의 문언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춰볼 때 시각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보장되는 웹사이트'에 해당하려면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 대해 의미나 용도를 인식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가 제공돼야 한다고 해석된다"고 판시했다. 쇼핑몰에 고의·과실이 없어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단도 유지됐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이날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원고들과 연대해온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법원이 차별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피해자에게 아무런 구제를 제공하지 않는 이 판결은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평등권, 재판을 통해 구제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써 공은 헌재로 넘어가게 됐다. 향후 헌재가 재판소원에서 시각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대법원 판결은 취소되고 사건은 재심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쇼핑몰의 배상 책임이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시각장애인수가 25만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헌재 판결 후 유사 소송이 잇따를 수 있고 배상 금액은 수백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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