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태국의 유명 재벌 4세가 어렸을 때 친형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하면서 태국에서 '미투' 운동이 일고 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달 초 태국 재벌가 비롬박디 가문의 4세인 환경운동가 시라누드 스콧(29)은 자신의 친형 수닛 스콧이 과거 자신을 여러 차례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폭로했다.
AFP 통신과 네이션·카오솟 등 복수의 태국 매체는 시라누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가족 모두가 내가 녹음한 형의 고백 테이프를 들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공감도 해주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고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시라누드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9∼13살 때 형이 여름 방학 동안 기숙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마다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약 3년 전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침묵을 지키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자신의 어머니가 재산 분쟁으로 자신을 고소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시라누드 형제는 비롬박디 가문 창업자의 외손녀인 어머니와 스코틀랜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4세다. 이들이 속한 비롬박디 가문은 싱하 맥주 외에도 식품·호텔·전력·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가문의 순자산 규모는 약 17억5000만 달러(약 2조6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라누드의 폭로로 논란이 불거지자 분라웃은 수닛을 사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다. 분라웃은 비롬박디 가문의 핵심 기업이자 태국의 '국민 맥주'로 유명한 싱하 맥주를 생산하는 회사로, 수닛은 분라웃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왔다.
분라웃은 성명에서 "시라누드 스콧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닛은 물러나면서 형제 사이에 '거친 놀이'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성폭력 혐의는 부인했다.
한편 시라누드의 폭로로 파문이 일면서 태국 사회의 오랜 금기를 깨고 각계 인사들이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PsiScott'(Psi는 시라누드의 별명) 해시태그와 함께 미투 운동이 확산하고 있으며, 한 태국 유명 골프장 후계자는 11살 때 운전기사의 성폭행으로 임신한 뒤 임신중절을 했다고 고백했다.
또 태국의 인플루언서 테일러 스리랏은 19세 때 50대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스리랏은 "소셜미디어가 (성폭력) 피해자들이 덜 외롭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면서 그간 '피해자 비난 문화'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이제 바뀌기 시작했다고 AFP에 밝혔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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