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내는 희귀 자가면역질환 경고
눈 주변 지방조직과 근육에 염증 발생
초기 증상 안구건조증과 비슷해 간과
안구돌출 스트레스 넘어 실명 위험도
40대 女 고위험군… 男보다 5배 많아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갑상샘눈병증의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질환 초기에는 일반적인 안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환자들이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많아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갑상샘눈병증은 자가면역 이상으로 인해 눈 주변 지방 조직과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갑상샘눈병증은 10만명당 약 25명 수준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하지만 환자 수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질환이 남기는 후유증이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간이 지나며 조직이 굳는 섬유화가 진행되고, 이후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원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등도 이상의 중증 형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중등도·중증 환자는 약 17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안구건조증으로 착각…초기 증상 놓치기 쉬워
갑상샘눈병증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초기 증상이 매우 흔한 안질환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눈 충혈이나 건조감, 이물감, 눈꺼풀 부종 등이 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환자 상당수가 결막염이나 안구건조증 정도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눈꺼풀이 뒤로 말려 올라가는 '눈꺼풀 후퇴', 안구가 앞으로 돌출되는 '안구 돌출', 눈 근육 이상으로 사물이 두 개 이상 겹쳐 보이는 '복시'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팽창한 눈 근육이 시신경을 압박하면서 시야가 흐려지거나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시신경병증으로 발전할 위험도 있다. 드물게는 실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특히 복시는 환자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글씨가 겹쳐 보여 독서가 어렵고, 거리감 인지가 힘들어 계단 이용이나 운전에도 큰 위험이 따른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김남주 교수는 "갑상샘눈병증은 단순히 눈이 불편한 수준의 질환이 아니라 눈 주변 조직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질환"이라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 환자와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의 예후 차이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갑상샘눈병증은 크게 '활동성 단계'와 '비활동성 단계'로 나뉜다. 활동성 단계에서는 염증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눈 주변 조직이 붓고 통증이 동반된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는 6개월에서 최대 24개월 정도 지속된다.
이후 염증이 잦아들면 비활동성 단계로 접어드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조직 섬유화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섬유화가 진행되면 안구 돌출이나 눈 근육 이상이 고착되며 자연 회복이 거의 어렵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환자 최대 50%에서는 안구 돌출이나 복시 같은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전문의들은 이 때문에 활동성 단계 내 적극적인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이미 섬유화가 진행된 이후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눈모양 변화나 복시를 완전히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쉽지 않다"며 "활동성 단계에서 염증을 조절하고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외모 변화 넘어 정신 건강·생계까지 위협
갑상샘눈병증은 단순한 미용 문제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실제 환자들이 겪는 부담은 훨씬 심각하다.
안구 돌출은 외형적으로도 눈에 띄는 변화다. 환자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대인관계 위축이나 우울감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 연구에서는 갑상샘눈병증 환자의 45%가 우울과 불안을 경험했으며, 44%는 외모 변화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 기능 저하 역시 환자의 삶을 크게 흔든다.
질환 부담은 경제적 문제로도 이어진다. 일부 해외 연구에서는 갑상샘눈병증 환자의 병가 사용률이 일반인 대비 7배 높았으며, 실직 후 재취업률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고됐다.
김 교수는 "눈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활동과 연결돼 있는 기관"이라며 "복시가 심해지면 단순한 독서조차 어렵고, 안구 돌출은 외모 변화로 이어져 심리적 위축도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이 겪는 부담은 단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 사회생활, 직장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갑상샘눈병증은 흔히 갑상선 질환과 함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대표적인 위험 요인은 그레이브스병과 갑상선기능항진증이다.
다만 갑상선 질환과 갑상샘눈병증은 완전히 동일한 질환은 아니다.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사람에게도 갑상샘눈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갑상선 수치가 안정적이어도 눈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갑상선 질환 여부와 별개로 눈 증상 자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40대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며 여성 환자 비율은 남성보다 약 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군에 해당하거나 의심 증상이 있다면 안과 진료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그레이브스병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 병력이 있는 환자라면 눈 건조감이나 충혈 같은 가벼운 증상도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눈이 튀어나오는 느낌이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안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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