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잃고 나서야 알았다, 갑상선이 지켜온 것들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잃고 나서야 알았다, 갑상선이 지켜온 것들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시상하부-뇌하수체-갑상선축
시상하부-뇌하수체-갑상선축

사람들은 건강할 때에는 갑상선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갑상선호르몬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며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세포의 에너지대사, 기초대사, 체온조절, 이런 것들은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너무나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런 것 때문에 불편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개념이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면 다들 깨닫는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사실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고 그것을 잃어버린 것이 몸에 얼마나 큰 변화를 야기하는지 그제야 알게 된다.

갑상선 관련 질환은 대부분 완치가 없기에 남은 생애 동안 계속 약으로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미국 갑상선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 전체 인구의 12%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 갑상선 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이다. 발병 연령은 20~30대가 가장 많고, 40~60대에도 환자수가 꾸준히 증가한다. 면역이상이라는 것 이외에는 왜 발병하는지 원인을 모르니 예방하는 방법도 없다.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으므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주기적으로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는 '시상하부-뇌하수체-갑상선 축'에 의해 조절된다. 인체에 갑상선호르몬이 필요해지면 시상하부에서 이를 인식하고 '갑상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을 분비하여 뇌하수체로 보낸다. 그러면 뇌하수체는 갑상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여 갑상선으로 보낸다. 곧이어 갑상선의 여포세포가 아미노산인 티로신으로 갑상선호르몬을 합성해낸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요오드 분자다.

갑상선은 음식을 통해 들어온 요오드를 혈장보다 30~40배 높은 농도로 저장해 놓았다가 호르몬 합성에 사용한다. 티로신에 요오드 분자 3개가 결합하면 T3(triiodothyronine·삼요오드티로닌)가 만들어지고, 4개가 결합하면 T4(thyroxine·티록신)가 만들어진다. 합성되는 양은 T4가 월등히 많지만 호르몬으로서의 생리활성은 T3가 3~5배 더 높다. T3는 T4가 탈요오드화 효소인 '디아이오디나아제5'(Deiodinase)를 만나 요오드 분자 하나가 떨어지면서 생성된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의 영양소가 셀레늄이다. 셀레늄이 탈요오드화 효소를 활성화시켜야 T4에서 T3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한편 T4의 일부는 코르티솔의 영향을 받아 요오드 위치가 거꾸로인 rT3(reverse T3)로 전환된다. rT3도 갑상선호르몬이긴 하지만 생리활성은 거의 없다. 갑상선호르몬의 전체 분비량 중 T4는 90%, T3는 9%, rT3는 0.9% 정도를 차지한다.

갑상선호르몬은 혈중의 티록신결합글로불린(TBG)과 알부민 등에 결합한 상태로 전신으로 운반된다. 충분히 배달되어 혈중 갑상선호르몬의 농도가 높아지면 이 정보가 시상하부로 되먹임된다. 그러면 시상하부는 '갑상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의 분비를 낮춘다.

갑상선호르몬은 인체의 모든 세포에 필요하다. 정상적인 세포대사, 에너지 생성, 성장, 발육에 갑상선호르몬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태아와 신생아에겐 뇌와 조직의 성장에 필수라서 이 시기 산모의 갑상선에 문제가 있거나 요오드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심각한 손상이 올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은 생명유지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요오드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보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요오드 섭취가 부족한 나라들은 소금에 요오드를 첨가하거나 수돗물에 첨가한다. 우리나라는 요오드가 풍부하게 함유된 해조류와 유제품 섭취가 많은 국가라서 별도의 조치는 없지만 요오드 과잉섭취가 되지 않도록 질병관리청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기자 정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