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디지털화폐 시대의 3개 축···"동시 달성 불가능하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1 16:02

수정 2026.06.01 16:47

한은 주최 BOK 국제컨퍼런스 1일차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리스턴대 교수 발표
주제 '지급결제-신용-디지털화폐의 삼중 딜레마'

마커스 브루너마이어(Markus K. Brunnermeier) 프린스턴대 교수. 한국은행 제공
마커스 브루너마이어(Markus K. Brunnermeier) 프린스턴대 교수.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디지털화폐 시대에서 추구하는 효율적 지급결제, 신용공급, 개인정보보호 등 3개 핵심 목표가 동시 달성되기 어렵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지급결제 비효율성을 해소하면 대출상환 강제가 어려워져 상환율이 하락하고, 또 익명성을 보장하면 상환율이 떨어져 신용공급도 감소하는 식이다.

디지털결제 '삼중 딜레마'
마커스 브루너마이어(Markus K. Brunnermeier) 프린스턴대 교수는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 첫날 세션2 발표에서 "디지털 지급결제 시스템에 기대되는 목적 간 근본적인 상충관계가 존재한다"며 "경쟁촉진을 통한 거래비용 하락, 신용공급 확대, 거래 익명성 보장은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상충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공공 디지털 지급결제 시스템 설계나 민간 규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 같은 '삼중 딜레마'라는 역학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빅테크 플랫폼 이외 CBDC 등 공공이 제공하는 수단으로도 지급결제가 가능해지면, 즉 '상호운용성'이 높아지면 거래 수수료가 낮아져 결제 효율성을 상향되지만 대출상환 강제가 어려워져 상환율이 하락하고 이는 곧 신용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익명성을 보호해주면 어떻게 될까. 거래내역 추적 확률이 떨어져 판매자의 채무불이행 동기가 증가하고 상환율은 하락한다. 역시 신용공급 축소의 요인이 된다. 결국 3개 목표는 한꺼번에 충족되기 어렵고 어느 하나 온전히 포기되지 않는 선에서 적정 선을 조율하는 게 정책의 역할인 셈이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디지털 결제시스템은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장단·단점, 상충관계가 나타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빅테크가 운용 주체일 땐 무담보 신용공급이 확대될 수 있으나 독점 및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반대로 정부가 주도하면 안정적 신용공급이 가능해지나 감시의 강도가 과도해진다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결제시스템 운영 모델별 상충관계. 한국은행 제공
(디지털 결제시스템 운영 모델별 상충관계. 한국은행 제공
"통화정책 시 금융취약성 고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집행할 때 금융취약성을 고려 사항에 넣어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조언도 나왔다. 금융 여건을 완화시킬수록 당장은 경기가 개선되지만, 긴 시각에선 레버리지 투자를 자극해 침체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토비아스 아드리안(Tobias Adrian) IMF 금융자문관 겸 통화자본시장국 국장은 세션1 발표에서 "금융여건이 완화될 경우 금융기관 위험제약(VaR)이 느슨해져 단기적으론 생산·경기가 개선되지만 금융기관의 위험자산 투자와 레버리지가 확대돼 향후 극단적 경기침체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기 급락 시 실현될 수 있는 하위(5% 또는 1% 수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일컫는 'GDP-at-RISK(GaR)'를 모형에 도입해 평균적 경기 흐름뿐 아니라 금융기관 위험인식 변화가 위험프리미엄, 대출 및 레버리지 변화 등을 통해 미래 경기침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아드리안 국장은 "중앙은행 금리 조정은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과 위험부담 수준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금융기관 대출 및 투자 규모 변화를 통해 소비·생산 등 실물경제로 파급한다"며 "중앙은행이 금융취약성을 정책 결정에 반영하면 경기변동성을 낮추고 경제 후생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