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 밖 급전창구에 기대는 서민들… 카드론 43조 육박[주담대 규제의 역설(2)]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1 18:12

수정 2026.06.01 18:11

가계대출 옥죄기 풍선효과 뚜렷
1금융서 밀려난 차주들 유입되며
카드사 중금리대출 1분기 61% ↑
보험 담보로 빌린 돈은 6천억 증가
취약계층 중심 상환 리스크 커져

은행 밖 급전창구에 기대는 서민들… 카드론 43조 육박[주담대 규제의 역설(2)]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들이 카드론, 중금리대출, 리볼빙, 보험계약대출 등 은행 밖 급전 창구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총량 지표만 보면 가계대출은 관리되는 모습이지만 자금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고금리·단기' 대출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올 들어 카드론 증가 지속…'43조 턱밑'

1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9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4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83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론은 지난해 6·27 가계부채 대책 이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같은 해 9월 말 41조8375억원까지 낮아졌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올해 1·4분기부터다.

지난 1월 말 42조5850억원, 2월 말 42조9022억원, 3월 말 42조9942억원으로 증가가 이어졌다.

카드론 증가세는 4월에 다소 진정됐지만 부채의 질은 나빠진 모습이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조3817억원에서 올해 4월 말 1조5983억원으로 15.7% 증가했다. 반면 카드론 잔액은 같은 기간 1.5% 늘었다. 기존 대출의 상환 부담을 낮추거나 뒤로 미루려는 차환 수요가 카드론 전체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커졌다는 의미다. 더구나 지난 4월에는 결제대금 상환을 미루는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까지 6조7065억원으로 전달 대비 340억원 증가했다.

아울러 카드사 중금리대출 급증도 은행권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1·4분기 8개 전업 카드사의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2조570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928억원)보다 61.4% 급증했다. 카드사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드사들이 중금리대출을 늘리는 배경에는 총량 규제와 규제 인센티브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1~1.5%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중·저신용자 대상 자금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카드사가 취급한 중금리대출의 20%를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규제 이후 기존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던 중·상위 차주 일부가 카드론 쪽으로 유입되면서 중금리대출로 분류되는 물량도 늘어나는 흐름"이라며 "은행권 대출을 조이면서 카드사 중금리대출과 카드론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보험약관대출 1조1000억 증가

보험업권에서도 은행 밖 급전 수요가 확인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말 보험회사 가계대출 잔액은 134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보유 보험계약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은 6000억원 증가했다. 보험사 가계대출 증가분이 보험계약대출에서 나온 셈이다.

지난해 6·27 가계부채 대책 이후로 보면 보험사 가계대출은 같은 해 6월 말 134조4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34조5000억원으로 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보험계약대출은 70조3000억원에서 71조4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이 늘었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자가 보험의 해지환급금 범위 안에서 돈을 빌리는 구조다. 별도 신용평가나 대출심사 부담이 적어 소득증빙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차주가 활용하기 쉽다.

이에 보험사들은 약관대출 한도를 낮추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다음 달부터 일부 건강보험 상품의 보험계약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규제의 효과가 대출 수요의 소멸이 아니라 은행 밖 대출로 이동으로 나타난다면 가계부채 위험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총량을 조이면 자금이 필요한 차주는 카드론, 중금리대출, 리볼빙, 보험계약대출 등으로 이동하게 된다"며 "실물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대출은 차주의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