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에어컨만 켜면 재채기·콧물..'혈관운동성 비염' 의심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일교차 심한 요즘, 에어컨 냉방 자극으로 30대이상·여성 환자 급증
온병원 이일우 이비인후과 과장 "코점막 혈관의 과민 반응이 원인"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이 혈관운동성 비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온병원 제겅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이 혈관운동성 비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온병원 제겅

[파이낸셜뉴스] 아침 출근길에는 20도 이하로 쌀쌀하다가도 한낮에는 섭씨 30도를 웃도는 변화무쌍한 봄여름철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여름을 연상시키는 더위를 피해 잘 냉방된 지하철 객차 안이나 실내로 뛰어들자마자 요란하게 재채기를 터뜨리거나 맑은 콧물을 흘리는 이들을 주변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를 꽃가루나 먼지로 인한 알레르기성 비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급격한 온도 변화와 찬바람에 반응해 증상이 나타난다면 '혈관운동성 비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혈관운동성 비염의 특징과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부산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여름철 에어컨 바람을 맞을 때 유독 콧물과 재채기가 쏟아진다면 코 점막이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혈관운동성(비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에어컨 내부의 곰팡이나 집먼지 진드기 같은 특정 항원에 의해 눈과 코가 가렵고 충혈되는 알레르기성 비염과 달리, 혈관운동성 비염은 급격한 온도 차이와 건조한 공기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바깥의 더운 공기에 노출되어 있다가 냉방이 강한 실내로 들어올 때, 혹은 찬바람이 코끝에 직접 닿을 때 코점막의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서 발작성 재채기와 함께 맑은 콧물이 주르륵 흐르게 된다. 이때 알레르기성 비염과 달리 눈이나 코 주변이 가려운 증상은 거의 동반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부산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이비인후과전문의)은 "알레르기성 비염은 보통 봄과 가을철에 환자가 집중되는 반면, 혈관운동성 비염은 실내외 온도 차가 극심한 7∼8월 여름철과 겨울철에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특히 자율신경계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30대 이상의 성인층이나 여성에게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통계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2일 설명했다.

혈관운동성 비염은 면역계의 알레르기 반응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알레르기 약인 항히스타민제 알약보다는 코에 직접 뿌리는 국소 스프레이 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에 훨씬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항콜린제 스프레이(성분명 : 이프라트로피움 브롬화물)'가 있다. 이 약제는 혈관운동성 비염의 특효약으로 불리며, 코점막의 점액 분비를 억제해 에어컨 바람을 맞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흐르는 맑은 콧물을 빠르게 멈춰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코점막의 전반적인 과민 반응과 염증을 가라앉혀 주는 '국소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꾸준히 사용하면 찬바람이나 온도 변화에 코가 반응하는 민감도를 낮출 수 있다.

다만 이 과장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쉽게 구매하는 코막힘 완화 스프레이(충혈제거제)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이러한 약제를 3∼5일 이상 연속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코점막이 영구적으로 부어오르는 '약물성 비염'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수개월 동안 약물 치료를 성실히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어컨 바람으로 인한 코막힘과 콧물 증상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찬바람에 과도하게 부풀어 오르는 코 안의 살을 줄여주는 '하비갑개 고주파 열치료'를 통해 코막힘을 해결하거나, 콧물 분비를 과도하게 명령하는 부교감 신경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후비신경 절제술'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과장은 "혈관운동성 비염은 단번에 완치하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다스려야 하는 질환"이라며, 코점막에 가해지는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방 수칙을 강조했다.

먼저, 실내외 온도 차는 5℃ 안팎으로 유지해야 한다. 여름철 실내 냉방 온도를 지나치게 낮추기보다는 25∼26℃ 선으로 조절하여,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몸의 자율신경계가 지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마스크 및 스카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에어컨 냉방이 강한 실내 공간이나 지하철 객차에 탑승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면, 자신이 뱉는 숨의 온기와 습기가 내부에 머물면서 찬 공기가 코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완충해 준다.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얼굴에 직접 맞지 않도록 날개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코점막도 항상 촉촉하게 관리해야 한다. 평소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셔 수분을 보충하고, 냉방 중인 실내 습도는 40∼50%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하루 1∼2회 미지근한 생리식염수로 코 안을 부드럽게 씻어내는 코 세척 역시 점막 유지를 돕고 과민 반응을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담배 연기, 강한 향수,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 등 코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들을 최대한 차단해야 하며,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실천하는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은 "여름철 본격적인 냉방 시기가 시작되기 전, 미리 이비인후과를 찾아 자신의 코점막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라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점막의 과민성을 낮춰주는 처방 스프레이를 미리 상비약으로 준비하고 활용하는 것이 에어컨 바람으로부터 코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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