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세미텍 TC본더 수주 재개 기대감에 하반기 실적 '퀀텀점프' 전망
2세대 HCB 장비로 차세대 본딩 시장 선점 포석
[파이낸셜뉴스] 한화비전이 올해 2·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회사 한화세미텍의 열압착장비(TC본더) 수주 재개와 시큐리티 부문의 글로벌 판매 호조가 맞물리면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도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한화세미텍에 TC본더 발주하나
5일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비전 2·4분기 영업이익을 503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분기(214억원) 대비 135% 급증한 수치다. 1·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414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을 기록한 한화비전이 2·4분기에는 한 단계 더 높은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적 서프라이즈의 핵심 동력은 두 갈래다. 먼저 시큐리티 부문에서는 유럽 지역 CCTV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고, 신제품 효과와 함께 제품 믹스 개선이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비전은 2025년 시큐리티 부문에서 매출 1조3351억원, 영업이익 1823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이미 기록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기반 비전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이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성장 엔진은 자회사 한화세미텍의 반도체 장비 사업이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그동안 지체됐던 SK하이닉스의 TC본더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하반기와 2027년 실적 전망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세미텍은 지난해 상반기 SK하이닉스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핵심 장비인 TC본더 800억원 규모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90억원대 규모의 추가 수주를 따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SK하이닉스의 장비 발주가 일시적으로 끊기면서 1·4분기에는 매출 인식 공백이 발생해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4 양산이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 TC본더 대규모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연내 수백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 규모의 TC본더 신규 발주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TC본더는 열과 압력을 이용해 반도체 칩을 접합하는 초정밀 장비로, 여러 층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HBM 생산 공정의 핵심이다. 글로벌 TC본더 시장은 2024년 약 4억6100만달러(약 6700억원)에서 2027년 15억달러 규모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 그림은 더 밝다. IFRS 연결기준 한화비전의 매출액은 2024년 4933억원에서 2025년 1조7970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올해 1조9950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2조4598억원, 2028년에는 2조9788억원으로 3조원 고지에 다가설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도 2024년 -1억원(사실상 손익분기)에서 2025년 1497억원, 올해 2325억원, 2027년 4917억원, 2028년 7632억원으로 말 그대로 '퀀텀 점프'가 예상된다. 산업용장비(한화세미텍) 매출만 놓고 봐도 2024년 4237억원, 2025년 4557억원에서 올해 6059억원으로 한 단계 '레벨업'이 기대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차세대 본딩 기술인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HCB) 시장에서의 선점 가능성이다. 한화세미텍은 최근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SHB2 Nano' 개발에 성공했다. HCB는 현재의 TC 본딩(TCB) 이후 적용될 차세대 기술로, 10㎛ 이하의 초미세 피치를 구현할 수 있어 HBM 16단 이상 초고적층 공정에 필수적이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6단 이상 HBM 양산을 위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도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한화세미텍의 2세대 HCB 장비가 고객들에게 공급되며 양산 테스트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HCB 기술의 대량 양산 시점은 2028년으로 예상되지만, 기술 안정화와 수율 개선을 위한 시험 라인 구축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세미텍의 선제적 대응이 향후 시장 지배력 확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화세미텍의 고객 다변화 전략도 눈길을 끈다. 박 연구원은 "한화세미텍은 대만과 중국 고객들로 반도체 장비 공급을 확대하며 고객 다변화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세대 HCB 장비를 국내 HBM 생산 업체들에 공급하며, HBM 16단 이상 생산 공정의 핵심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반도체와 특허소송 치열
다만 TC본더 시장의 경쟁 구도가 법적 분쟁으로 번지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 특허소송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 간 소송전은 지난해 12월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TC본더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핵심 쟁점은 2모듈과 4헤드 구조 등 TC본더 핵심 기술의 무단 사용 여부다. 이에 한화세미텍은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하며 맞불을 놓았고, 올해 들어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한 뒤 한미반도체를 상대로 역(逆)특허소송까지 제기했다. TC본더 부품 일부를 쟁점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 측은 "2016년 TC본더를 업계 최초로 출시한 뒤 시장 표준을 정립했다"며 "글로벌 TC본더 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HBM 장비 관련 특허를 출원 예정 포함 163건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세미텍이 제기한 특허소송은 원조 기술의 정당한 가치를 훼손하려는 시도"라며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행위에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반면 한화세미텍 측은 선사용권 자료와 무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 특허소송의 향방이 향후 SK하이닉스의 TC본더 발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소송에서 질 경우 이미 반도체 업체에 납품한 장비까지 들어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양사 간 소송 과정과 결과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TC본더 발주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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