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21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전까지는 유권자들이 사실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 2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가족들이 1990년대 보상금 지급 결정 당시 손해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후 헌재의 위헌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존재했다고 봤다.
실제 원고들은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폭행·총격 등으로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들 가족으로,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1990∼1991년 보상금을 수령했다.
대법원 판결의 쟁점도 위자료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여부였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
1심은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에 따라 이후 추가로 제기된 가족들의 청구권을 인정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 가족들이 1990년대에 이미 손해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며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한 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가족들이 헌재의 위헌 결정 전까지 현실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었다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가족들이 1990년대 보상금 지급 결정으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알았더라도, 위헌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 사유가 존재한다"며 "2021년 5월부터 3년이 지나기 전 소송을 제기한 이상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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