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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그리고 "끝까지 싸우겠다"…장동혁은 왜 72시간 만에 달라졌나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09:39

수정 2026.06.07 09:39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가 불과 사흘 사이 극적으로 바뀌면서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선거 당일 밤에는 "개표를 중단하고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장 대표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상 선거 결과를 수용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이틀 뒤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시위대 앞에 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선관위 비판을 넘어 지방선거 패배 이후 흔들리는 당내 입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침묵 후 "끝까지 싸우겠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들을 AI를 활용해 시간대별로 인포그래픽으로 생성./사진=챗GPT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들을 AI를 활용해 시간대별로 인포그래픽으로 생성./사진=챗GPT

변화의 출발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본투표 당일이었던 지난 3일 저녁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자 장 대표는 선거 당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서울시 선거는 오염된 선거로 무효"라며 "개표를 중단하고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선거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당시 출구조사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고, 장 대표는 개표 중단과 재선거 요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불과 몇 시간 뒤 상황은 바뀌었다. 4일 오전 개표 결과 오세훈 후보가 역전승하며 서울시장 5선에 성공했다. 이날 장 대표는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 건강을 이유로 불참했다.

그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쉬운 선거 결과에 송구스럽다. 당선된 모든 분들께 축하를 드린다"며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새 길을 찾겠다"는 메시지를 남겼을 뿐이다.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고도 했다.

전날 밤 재선거를 주장했던 것과 달리 투표용지 부족 사태나 서울 재선거 요구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사라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선거 결과를 수용하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이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에서 장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장 대표는 김민수 최고위원 등과 함께 5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를 방문해 서울시 선관위의 개표 상황에 항의했다.

그리고 시위대를 향해 "있을 수 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선관위 관계자 누구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함께 싸우는 여러분, 개표중단과 투표함 반출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즉각 서울시 선관위에 가서 사태 파악을 하고 개표가 중단되도록 서울시 선관위와 싸우겠다. 그것도 되지 않으면 중앙선관위를 방문한 뒤 이 자리로 다시 오겠다.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제대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6일엔 지방선거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시위에 나선 청년들을 언급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이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순간에도 잠실 올림픽공원에는 수천명의 청년이 모여 재선거를 외치고 있다. 누가 불러내 모인 게 아닌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들"이라며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건 단 하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저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달라졌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이송된 투표함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도착해 확성기를 이용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이송된 투표함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도착해 확성기를 이용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이 장 대표의 변화에 주목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장동혁 체제 심판론'이 제기된 선거였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는 상징성이 컸다. 선거 과정에서 오 시장은 장 대표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고, 당내에서는 "장동혁을 멀리한 후보가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장 대표가 적극 지원한 일부 지역은 기대 이하 성적을 거뒀다.

선거 직후 친한동훈계와 비주류를 중심으로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 대표의 긴급최고위원회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선 장 대표가 사퇴론에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장 대표가 다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강성 지지층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배경을 놓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기반인 '윤어게인' 세력과 강성 보수층을 다시 결집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장 대표는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윤어게인과 부정선거를 외치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층의 강한 지원을 받았다. 대표적 인물로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가 꼽힌다.
전씨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로 제시하며 선관위 규탄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 대표 책임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내 기반만으로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가장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의 힘을 다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장 대표 측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