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특허 누가 많은지보다 어떤 가치 창출하는지가 더욱 중요"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재권컨퍼런스 강연자 인터뷰 미래·경제학자 수잔 해리슨
"공격적으로 IP 늘리는 시대 끝나
수익성·투자유치 등 목적이 우선
기업들 연구개발 전략과 함께 짜야
개별국가의 AI 기술 독점 불가능
동맹 구축해 비용·위험분담 필요"

"특허 누가 많은지보다 어떤 가치 창출하는지가 더욱 중요"

"지난 30년 동안 특허와 기타 지식재산(IP) 분야는 양(quantity)을 늘리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 규모이면서도 가장 가치 있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8일 미국 특허상표청(USPTO) 특허공공자문위원회(PPAC) 의장을 지낸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수잔 해리슨(사진)은 오는 17일 열리는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향후 기업의 지식재산 전략은 단순한 특허 확보 경쟁을 넘어 '가치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개발·특허전략 함께 가야

해리슨은 기업 경영진이 특허를 단순한 법적 보호 수단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특허를 통해 수익 창출, 시장점유율 확대, 투자 유치, 위험 감소 등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며 "특허 가능성 여부보다 기업 가치 창출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과 특허 전략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연구개발은 연구자의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특허 부문은 특허성 판단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정작 기업의 미래 기술 방향성과 시장 전략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지식재산 분야를 변화시킬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인공지능(AI), 지정학, 가치 창출 방식의 변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특히 AI는 특허 생태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법률사무소의 수익 구조와 인력 양성 방식, 기업의 특허 관리 및 계약 업무는 물론 혁신 창출 방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리슨은 "기업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창출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혁신을 빠르게 도입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IP의 조건에 대해서는 "기업이 선택한 기술 궤적(technology trajectory)을 보호하고 경쟁 기술보다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허 전문가들은 시장 가치와 차별성, 보호력과 통제력을 제공하는 발명에 대해서만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진정으로 가치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는 전체의 5% 미만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기업들은 이 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간 기술 동맹 구축해야

국가 차원의 IP 정책에 대해서는 모든 정부가 국가 혁신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특허 데이터를 단순한 행정 정보가 아니라 국가 전략 수립을 위한 '센서(sensor)'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허청은 국가 핵심 산업에서 혁신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정책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며 "특허 데이터를 국가 정책 전반에 활용한다면 전략 수립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바이오 등 전략산업과 관련해서는 개별 국가가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대신 기술 개발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는 기술 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특허제도 개선 과제로는 국제 특허제도의 신뢰성 확보를 제시했다. 일부 국가가 AI 생성 발명 등에 대한 특허를 활용해 국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특허청 간 행동강령과 공동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지정학적 IP 리스크로 공급망 소유구조의 불투명성, 국가 차원의 기업 표적화, 그리고 AI 기반 정보 조작과 기술 전쟁을 꼽았다.

해리슨은 "기업 가치의 원천이 변화함에 따라 일부 지식재산 제도는 사라지고 새로운 제도가 등장할 것"이라며 "기술이 인력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서 오히려 기업가 정신의 황금기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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