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하산중앙병원 공동진료 현장 '훈훈'
[파이낸셜뉴스] "같은 진료실, 다른 언어, 하나의 마음"..시스템 달라도 환자 앞에선 하나 된 의사들.
"이렇게 정확하게 진단해주실 줄 몰랐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난 8일 오전 러시아 연해주 하산중앙병원 2층 안과 진료실. 러시아 안과의사가 한국 의사의 진단을 듣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는 그린닥터스 러시아 봉사단 정근 단장(온병원그룹 원장)과 하산중앙병원 안과의사가 나란히 앉아 환자를 마주하고 있었다.
의료체계가 다른 두 나라 의사가 같은 진료실에서 공동진료를 펼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한국 의사는 러시아 의료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러시아 의사와 함께 진료하고 처방을 논의했다.
현지 의료계는 "단순한 봉사를 넘어 의료교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심각한 눈진단에 현지 의사 감탄"…안과 명의의 '통역 진료'
이날 정근 단장은 백내장·녹내장·황반변성 등 심각한 안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5명을 진료했다. 통역을 통해 증상을 듣고 다시 통역으로 진단 소견을 전하는 과정. 하지만 그의 손끝과 눈빛은 망설임이 없었다.
러시아 안과의사는 간단한 문진과 기본 검사만으로 이토록 빠르고 정확하게 결론을 내리는 정 단장의 진단에 거듭 감탄했다.
한 환자는 "그동안 눈 질환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렸는데, 오늘 자세한 설명을 듣고 그 공포에서 벗어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 "완벽한 설명에 고개가 절로"…외과·내과 협력 현장
온병원 성형센터 김석권 센터장(전 동아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은 울주병원 정종훈 병원장과 함께 러시아 외과의사의 진료에 동참했다.
올해 47세 남자환자는 심한 췌장염으로 수술을 시행하고 체액을 배출시키려고 수술부위에 튜브를 삽입해 체외로 배출시키고 있었다. 수술 후 6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췌장액은 15cc 정도 배출된다고 했다.
이 튜브를 언제 제거해야 하는 것이 이 환자의 문제였다. 췌장염 수술을 왜 했는지 의문이기도 했지만, 달고 있는 튜브를 보니 약간 붉은색의 염증성 색깔이서서 걱정이었다. 환자에게 항생제는 투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석권 교수는 항생제 투여가 필요할 듯하다는 판단에. 함께 공동진료에 참여한 가정의학과전문의인 정종훈 울주병원장과의 논의 끝에 행생제를 1주 이상 쓴 후 복강경수술 또는 복부절개로 접근해 튜브를 뺀 후 튜브 삽입부를 봉합해야 될 것 같다고 하산중앙병원 외과의사에게 조언해 줬다.
튜브를 바로 빼버리면 췌장액이 장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담당 주치의는 김교수의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석권 교수와 함께 하산병원 외과외래진료실에서 공동진료한 울주병원 정종훈 원장우 더욱 적극적이었다. 이날 병원 3층 2진료실에서 만난 57세 환자(간호사)는 지난 4월 26일 이후 초음파상 950cc에 달하는 복수가 차 있었지만 혈액검사·초음파·위내시경·부인과 검사 등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러시아 외과의사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김석권, 정종훈 두 한국 의료진은 검사 결과를 꼼꼼히 검토한 뒤 "복수 천자를 통한 복수 분석 검사가 필요하다"고 러시아환자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환자는 침습적 검사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검사 기록들을 모두 복사해 드릴 테니 나중에 한국에 가서더라도 꼭 정확한 진단을 부탁한다"고 애원했다.
이에 한국 의료진은 그의 진료기록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추후 부산 온병원 의료진의 정밀 분석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돕기로 약속하며 공동진료를 마쳤다. 간호사인 환자는 "이제는 희망이 보인다"며 김석권, 정종훈 두 한국의사들의 손을 꼭 잡았다.
■ "의료 체계는 달라도, 환자를 향한 마음은 하나"
이번에 그린닥터스와 온병원 의료진이 공동진료를 했던 연해주 하산중앙병원의 정식 명칭은 하산 중앙 지구 병원 이다. 러시아 극동 연해주 하산스키 군에 위치한 거점 공공의료 기관이다.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하산중앙병원은 입원 병상 197개, 간호 병상 14개, 하루평균 600명을 외래진료하고 있다. 하산스키 군 전역의 14개 진료소와 응급실을 비롯해 외상 및 정형외과, 내과, 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 수술실, 중환자실도 운영하는 하선지역 거점 종합병원으로 역할하고 있다.
그린닥터스 러시아 봉사단 정근 단장은 "이번 한-러시아 진료는 단순한 의료봉사를 넘어,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가진 의사들이 환자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한·러 의료교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산중앙병원 측도 "한국 의료진의 전문성과 세심함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지속적인 교류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진료실을 나서던 한 러시아 환자의 말이 오래도록 귀에 맴돌았다."국경이 환자를 가르지는 않는다는 것을, 오늘 비로소 몸으로 느꼈습니다."
한편 이날 온병원그룹 정근 원장과 온그룹의료재단 윤선희 이사장, 온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등은 하산중앙병원 예브게니 병원장의 안내를 받아, 이반 하산군수를 예방해 부산 온병원의 연해주 투자문제를 협의했다.
온병원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에 병원을 설립, 운영하기로 하고 2018년부터 하산중앙병원 측과 수차례 상담을 거쳐 최는 MOU를 체결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사진 = 임종수 그린닥터스 공보이사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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