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육 위해 학교가 뭉치면 400억 쏜다
교육부, 11년 만에 일률적 학교 통폐합 지침 폐지
단순 폐교방식 탈피… '학년 분리·캠퍼스형' 등 유연
거점학교에 원어민 교사 배치·30분 통학버스 운영 지원
교육청 대신 교육지원청과 시·군 주도 형식으로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유지해 온 소규모 학교 통폐합 관련 '일률적 지침'을 전면 폐지한다. 대신 학교 구조개편 지원금을 현행보다 50% 이상 파격적으로 올리고, 교육청 단위가 아닌 교육지원청에서 시·군과 협력해 지역당 최대 400억원 규모의 재정과 인프라를 패키지로 쏟아붓는다. 인구 소멸에 밀려 단순히 학교 문을 닫는 '예산 절감형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재정 집중을 통해 대도시 못지않은 '명문 거점학교'를 육성하겠다는 공교육 대전환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0일 대구 군위중학교에서 지역·학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내년에 총 1000억원이 투입되는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시안)'과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 교육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가 위에서 아래로 강제하던 '탑다운(Top-down)' 방식의 획일적 기준을 없애고 지역의 자율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제정된 뒤 현장에서 사실상의 제한으로 작용해 온 '적정규모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을 전격 폐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합리적인 학교 통합을 가로막는 정량 지표로 지적받았던 '학부모 과반수 동의' 등의 획일적인 절차 지침도 함께 사라진다.
앞으로는 실제 생활권인 교육지원청과 기초 지자체(시·군), 주민, 학부모가 참여하는 '지역교육혁신협의체'가 중심이 돼 지역 실정에 맞는 학교 규모 기준과 통합 절차를 자체 수립하게 된다.
학교를 무조건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유연한 결합 모델도 도입된다. 예를들어 1~3학년 저학년은 집 앞 작은 학교에 다니고, 교과 중심 수업이 시작되는 4~6학년 고학년은 거점학교로 모이는 '학년 분리형', 학교 건물은 유지하되 인근 학교들이 하나의 권역으로 묶여 체육·예술·체험학습 등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소규모학교 연계형' 어린이집·유치원과 초·중·고를 혼합 설치하는 '타 학교급 간 통합형' 등 지역 맞춤형 생태계를 직접 그릴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이처럼 파격적인 예산 집중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소규모 학교의 재정 비효율성과 교육 결손이 한계치에 달했다는 진단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6년 현재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수는 30만명 미만, 전체 초·중·고 학생 수는 500만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전국 학교 3곳 중 1곳(31.3%)이 소규모 학교인데, 특히 인구감소지역은 이 비율이 60.1%에 육박한다. 소규모 학교는 학생 1인당 투입되는 운영비가 일반 학교보다 약 2.8배 이상 높아 국가 재정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학교 구조 개편 시 지급하는 일회성 지원금을 현행 대비 5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본교 폐지 시 초등학교는 기존 최대 60억원에서 75억원으로, 중·고등학교는 기존 최대 11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전격 인상된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공모를 통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총 40개 내외가 선정될 '교육혁신선도지역'에 지정되면 추가로 20억원의 사업비를 5년간 지원받는다. 예컨대 3개 작은 학교를 1개 거점학교로 통합하고 선도지역에 지정될 경우 △학교통합 인센티브 260억원 △선도지역 지원금 20억~30억원 △학교 운영비 최고 10억원에 더해 △기숙사 설립 50억원 △학교복합시설 설치 40억원 △폐교활용 지원 20억원 등 인프라 비용까지 묶어 지역당 최대 약 4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이번 대책에는 사교육 경감 대책이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으나, 교육부는 파격적 예산 투입을 통한 공교육 강화가 곧 가장 강력한 사교육 대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이 집중된 통합 거점학교에는 정규 수업과 방과후 과정 모두에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가 중점 배치되며, 대학·기업 연계 진로 체험, 최신식 체육관 설치, 폐교를 활용한 AI 교육지원센터 등이 대규모로 구축된다. 모든 학생의 통학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도록 통학버스 및 통학택시 운영비도 지자체와 교육청이 매칭 지원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시설 확충 예산은 최소화 하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력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며, "지방에서도 대도시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 안에서 원어민 강사 교육과 수준별 맞춤 수업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재정을 몰아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굳이 사교육 대책을 따로 넣지 않아도 이번 혁신안에서 다 풀어갈 수 있다"며, "작년부터 지자체 예산·행정과장들을 모아놓고 필요한 재정을 다 밀어줄 테니 행복한 학교 모델을 만들어보라고 소통해 왔는데, 이미 '이때 아니면 늦는다'며 자발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시·군 지역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에 대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6월말 기본계획을 확정·공고하고, 하반기 평가를 거쳐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