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시나리오 피했다"… MOU 앞두고 국제유가 석달 만에 최저 [이란 종전 서명 임박]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급락
생산·공급망 정상화는 먼길
협상 결렬땐 유가급등 우려
미국과 이란이 휴전 연장 및 비핵화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면서 글로벌 경제가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중동발 공급 충격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제유가는 석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이 곧바로 공급망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14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33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37% 내렸다.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84.88달러로 3.23% 하락했다. 두바이유는 83.18달러로 6% 이상 급락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3월 5일 이후, WTI는 4월 1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유가를 대표하는 세 유종이 모두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3월 4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진행되던 시점으로, 두바이유 86.34달러, 브렌트유 81.40달러, WTI 74.66달러 수준을 기록했었다.
유가 하락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이 이끌었다. 시장은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릴 경우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에너지 가격 압력이 완화되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부담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미국 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은 에너지였다. 5월 미국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3.9% 상승했고,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새 7.0% 뛰었다. 미국 노동부는 에너지 가격이 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향후 물가 경로에도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협 재개방과 공급 정상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우선 전쟁 기간 페르시아만 일대에 발이 묶인 선박이 수백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상당 기간 병목 현상이 불가피하다. 해협이 열리더라도 갇혀 있던 유조선들이 먼저 빠져나오고, 이후 원유를 실으러 들어가는 선박들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칼럼니스트 하비에르 블라스는 "해협에 갇혀 있던 선박들의 탈출과 새로운 선박들의 진입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과거 전례가 없고 매뉴얼도 없다"고 지적했다.
산유국들의 생산 정상화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중동 주요 산유국들은 전쟁기간 수송 차질을 고려해 생산량을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는 호르무즈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원유 생산량의 약 70%를 회복하는 데 6~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생산량까지 완전히 복구되는 데에는 추가로 한 달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봤다.
전쟁 과정에서 줄어든 석유 재고 역시 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2월 개전 이후 5월까지 세계 석유 재고는 약 2억5000만배럴 감소했다. 향후 각국 정부와 정유업체들이 전략 비축유와 상업 재고를 다시 채우기 위해 원유 구매에 나설 경우 추가 수요가 발생해 유가 하락 폭을 제한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유가 하락은 종전 기대를 선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영국 언론은 ING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협상이 최종 결렬되거나 원유 공급 재개가 지연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