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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집념이 일군 TPC 국산화… 국내 넘어 해외 공급망 넘본다 [박신영의 초격차 K산업]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 애경케미칼 공장 가보니 국내 유일 친환경 TPC 생산기지 공장 곳곳 가로지르는 주황색 배관 부산물 재활용 순환 구조 핵심시설 친환경 광염소화 공법으로 차별화

애경케미칼 TPC설비 외관. 주황색 배관은 애경케미칼이 독자 개발한 친환경 광염소화 공법의 핵심 설비다.
애경케미칼 TPC설비 외관. 주황색 배관은 애경케미칼이 독자 개발한 친환경 광염소화 공법의 핵심 설비다.
애경케미칼 TPC 양산 설비 내 광반응기. 광반응기 내 LED 빛이 촉매 역할을 해 1차 중간체(HCPX)가 합성된다. 애경케미칼 제공
애경케미칼 TPC 양산 설비 내 광반응기. 광반응기 내 LED 빛이 촉매 역할을 해 1차 중간체(HCPX)가 합성된다. 애경케미칼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박신영기자】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들어선 애경케미칼 테레프탈로일 클로라이드(TPC) 생산공장. 공장 곳곳을 가로지르는 주황색 배관은 이곳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상징한다. 단순한 원료 생산시설이 아니라, 애경케미칼이 10여년간 연구 끝에 완성한 친환경 기술이 구현된 현장이기 때문이다.지난 3월 준공된 이 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라미드 섬유 핵심 원료인 TPC를 독자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TPC는 아라미드 원료에서 8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소재다. 그동안 국내 아라미드 업체들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원료를 이제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자 개발한 친환경 순환 시스템 적용

지난 12일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설비를 따라 길게 이어진 주황색 배관이었다. 애경케미칼이 독자 개발한 친환경 광염소화 공법의 주요 설비다.

기존 TPC 생산 공정은 이산화황이 발생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반면 애경케미칼은 광염소화 공법을 적용해 이산화황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화수소는 포집해 재활용하는 순환 시스템도 구축했다.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공정은 단순한 친환경 기술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공장 곳곳에 설치된 배관은 부산물을 다시 원료로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공장이 완성되기까지는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TPC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15년이다. 당시 연구소에서 관련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현재 생산기술을 완성한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이호창 AX솔루션팀 팀장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TPC 개발에 쏟아부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호창 팀장은 지난해 10월 31일 '화학산업의 날'에 산업통상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장 현장에서 만난 그는 "지금 공장장이신 이종화 전무님이 당시 연구소 팀장이었는데, TPC 연구를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개발 초기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10년 동안 연구를 이어오면서 솔직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며 웃었다. 이어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지만 장치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운도 어느 정도 따라줬다"며 "결국 연구소에서 시작한 기술이 실제 공장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전환 기점

실제로 애경케미칼이 확보한 경쟁력은 단순히 국산화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수입 TPC는 운송 과정에서 고형화돼 국내 업체들이 다시 녹이는 재용해 공정을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와 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울산에서 생산된 TPC는 액상 상태로 공급이 가능해 별도 재용해 과정이 필요 없다. 공급망 안정성은 물론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애경케미칼은 향후 국내 아라미드 생산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아라미드 시장은 효성첨단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태광산업 등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는 국내 업체들에 시험용 제품을 공급하며 품질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애경케미칼이 적용한 친환경 광염소화 공법은 기존 공정 대비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향후 친환경 원료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경우 국내 공급을 넘어 해외 고객사 확보와 수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종화 애경케미칼 울산공장장(전무)은 "이번 TPC 생산은 단순한 신규 사업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범용 화학제품 중심의 벌크 사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케미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라미드 시장 성장에 따른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애경케미칼은 TPC를 기반으로 고기능 소재 사업 비중을 높여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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