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담빠담'에서 회생절차까지…JTBC 15년, 콘텐츠 경쟁 '독' 됐나
[파이낸셜뉴스] JTBC의 출발은 화려한 콘텐츠와 함께 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JTBC는 정우성·한지민 주연의 드라마 '빠담빠담'을 선보였다. 영화배우 정우성을 안방극장으로 끌어들인 이 작품은 당시만 해도 종편의 제작 역량과 투자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콘텐츠였다.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JTBC의 야심이 담긴 작품이었다.
실제 JTBC는 출범 이후 콘텐츠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개국 초기에는 시청률 부진과 적자가 이어졌지만 드라마와 예능, 보도 부문에 꾸준히 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SKY 캐슬', '부부의 세계', '재벌집 막내아들' 등 연이어 흥행작을 배출하며 종편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방송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개국 4년 만에 회사채 발행...시장성 차입 확대
그러나 화려한 성공 뒤에는 늘 막대한 비용이 따라붙었다. 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제작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흥행작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백억원을 투입하는 구조가 일반화됐고, 방송사들은 콘텐츠 경쟁력 유지를 위해 투자를 멈출 수 없었다.
결국 JTBC는 개국 4년 만인 2016년 처음 회사채 시장에 발을 들였다. JTBC는 2026년 8월 10일 350억원 규모의 1년6개월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리고 점차 차입 규모를 늘려나갔다.
여기에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까지 격화되면서 비용 부담은 더욱 커졌다.
초기에는 방송 산업 성장성과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제작비 부담이 누적되면서 차입 규모는 꾸준히 늘어났다. 사모채뿐 아니라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도 자금을 조달했고, 단기자금 시장 활용도 확대됐다.
그리고 개국 15년 만인 이달 JTBC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번 사태는 JTBC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이 더 크다. 지주사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 5곳이 동시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 중앙그룹, 시장성 차입 1조3000억원...채권개미+일반법인이 대부분
시장의 관심은 투자자 피해 규모에 쏠린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앙그룹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유동화증권 등 시장성 차입금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기관 대출 1조2000억원, 리스부채 3000억원까지 포함하면 그룹 전체 차입 규모는 약 2조8000억원 수준이다.
은행권 대출은 상당 부분 담보가 설정돼 있다. 반면 시장성 차입금은 대부분 무담보 성격이어서 회생절차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은 BBB급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투자적격등급이지만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하는 만큼 고금리를 원하는 개인투자자와 일반 법인들의 투자 수요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피해 범위가 회사채 투자자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위해 하이일드 채권을 편입했던 펀드 투자자들 역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실 중앙그룹의 재무 부담은 오래전부터 누적돼 왔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준 그룹 합산 영업손익은 176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601%에 달했다. 연간 이자비용만 1888억원에 이른다.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가 이어진 셈이다.
■ '아슬아슬' 차입구조, 디폴트 예상하지 못했나?
차입구조도 불안해 이번 회생절차를 예견하지 못했던 것이 '더 문제'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회사의 시장성 조달의 약 75%가 단기성 자금으로 구성돼 있다. 만기가 돌아오면 새로운 자금으로 다시 차환해야 하는 구조다. 자금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신용 우려가 커지는 순간 차환이 막히면서 유동성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실제로 JTBC는 지난 12일 만기가 도래한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며 디폴트를 선언했다. 자산 활용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룹 전체 유형자산은 1조원을 웃돌지만 상당수 부동산이 이미 담보로 제공돼 있다.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담보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중앙그룹이 보유 자산 규모에 비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배경으로 이 점을 꼽는다.
중앙일보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중앙일보는 법정관리 대신 워크아웃을 선택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업계는 JTBC의 디폴트 이후 그룹 전체의 자금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관계사에 제공한 지급보증 규모만 2250억원에 달하는 만큼 계열사 지원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