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모리가 직접 나와라" 日 니덱 주총장 뒤흔든 분노
'회계부정·품질조작' 니덱, 창업신화가 부른 몰락
주주들 "손해배상 청구해야" 맹공
1600억엔 손실·1000건 품질비리…M&A 제국의 후유증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회계 담당자에게 자존심은 없었습니까." "나가모리 명예회장이 직접 나와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18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니덱 정기 주주총회는 사실상 '성토장'이었다. 회계부정과 품질조작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세계 최대 모터 제조업체인 니덱(일본전산)의 경영진을 향해 주주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3시간 48분 동안 진행된 주총에서는 37명의 주주가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주총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이다. 회의장 곳곳에서는 "사외이사는 무능했다", "창업자 나가모리 시게노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상장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거친 비난이 이어졌다.
기시다 미쓰야 니덱 사장은 주총 시작과 함께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주주는 "나가모리 명예회장이 강조했던 컴플라이언스는 결국 거짓말이었다"며 "본인이 직접 나와 책임을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회계부정은 특별배임과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회사가 나가모리 명예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 직후 회의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회계 오류 수준이 아니다.
니덱은 지난해 대규모 회계부정이 적발된 데 이어 올해에는 고객 승인 없이 설계를 변경하거나 검사 데이터를 조작한 품질 비리까지 드러났다. 조사 결과 품질 관련 부적절 사례는 100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계부정에 따른 순이익 감소 규모만 1607억엔에 달한다. 회사는 2026년 3월기 결산 발표를 연기했고 배당도 보류했다.
시장의 시선은 창업자인 나가모리 명예회장에게 향하고 있다.
일본 재계의 대표적 창업 신화로 꼽히는 그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니덱을 세계 최대 모터 제조업체로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성공 방식이 오히려 위기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경제계에서는 니덱 사태를 '인수합병(M&A) 제국의 역습'으로 보고 있다. 실제 품질 비리가 발생한 계열사 상당수는 인수합병을 통해 편입된 회사들이다. 니덱은 2000년 이후 수십 건의 기업 인수를 단행하며 몸집을 키웠지만, 통합 관리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도 최근 M&A 이후 기업 통합(PMI)의 중요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회사를 사는 것보다 인수 후 관리가 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니덱의 경우 창업자 중심의 강압적 성과주의가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면서 무리한 실적 압박이 회계조작과 품질비리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제3자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서 "나가모리 전 회장을 정점으로 한 과도한 실적 압박 문화"를 부정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니덱은 이날 주총에서 이사 12명 선임안과 '글로벌 그룹 대표' 직책 폐지 등 5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일본제철·도레이 출신 경영진과 회계 전문가들을 대거 사외이사로 영입하며 지배구조 개편에도 나섰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