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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워서 물 부었는데"…남은 샴푸의 섬뜩한 배신 "지금 당장 버리세요" [헬스톡]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누구나 한 번쯤 샴푸나 바디워시 통 바닥에 남은 내용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붓고 흔들어 사용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알뜰하게 쓰려는 '절약 습관'이지만, 보건 및 의료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이 오히려 위생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샴푸나 바디워시 등은 애초에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보존제 농도와 산도 등이 정밀하게 맞춰져 출시된다. 하지만 빈 통에 물을 붓는 순간 이 균형은 무너진다. 제품 원액의 농도가 옅어지면서 세균 증식을 막는 보존력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뚜껑을 여닫을 때 유입된 오염물과 덥고 습한 욕실 환경이 더해지면 용기 내부는 그야말로 '세균 배양소'가 된다.

실제로 이러한 위험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올로지오픈(MicrobiologyOpen)'에 실린 독일 라인발 응용과학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독일 호텔 객실에서 수거한 액체비누 디스펜서 104개를 분석한 결과 다시 채워 쓰는 리필형 펌프 용기의 70.2%에서 세균 오염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세제 농도가 12.5~75% 수준으로 낮아질 때 유의미한 세균 증식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물에 희석된 샴푸가 세균이 자라기 가장 좋은 배양 조건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다.

피부염부터 귓속 염증까지… 요주의 세균 '녹농균'

가장 주의해야 할 불청객은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다. 녹농균은 물과 토양 등 주변 환경에 널리 존재하는 병원성 세균으로, 물기가 많고 습한 화장실 환경에서 증식 속도가 유독 빠르다.

물과 섞여 오염된 샴푸가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증이나 붉은 발진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할 경우 모낭염 같은 피부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귀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샴푸를 헹군 물이 귀로 흘러 들어가 습한 외이도(귀 입구에서 고막까지의 통로)에 머물면 급성 외이도염을 유발해 부기와 통증을 동반하게 된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한두 번 사용했다고 곧바로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영유아,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상처 부위로 세균이 침투해 2차 감염이나 패혈증으로 악화할 수 있고, 외이도염이 주변 뼈까지 번지는 악성 외이도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부득이하게 물을 섞었다면 1~2회만 사용하고 그 자리에서 즉시 버려야 한다.

남은 샴푸 활용법은?

그렇다면 남은 샴푸를 안전하고 알뜰하게 쓰는 방법은 없을까. 물을 붓기보다는 샴푸 통을 거꾸로 세워두거나 바닥을 가볍게 두드려 원액 그대로 나오는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리필형 용기를 쓸 때도 기존 내용물 위에 새 제품을 붓는 것보다, 용기를 완전히 비우고 깨끗이 씻어 건조한 뒤 채워 넣는 것이 오염을 막는 지름길이다.

그래도 남은 샴푸가 아깝다면 몸을 씻는 대신 '세탁'에 양보하는 것을 추천한다. 샴푸에 포함된 계면활성제는 피지와 땀, 기름기를 분해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따뜻한 물에 남은 샴푸를 소량 풀고 땀 냄새가 밴 양말이나 운동복, 피지가 묻은 베갯잇 등을 10~20분 정도 불린 뒤 가볍게 문질러 빨면 훌륭한 세정 및 탈취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실크나 울 같은 고급 소재는 피하고 색이 진한 옷은 변색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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