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산도 '창고형 약국' 속속…손님은 환영, 동네 약국은 울상

백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창고형 약국 개업 첫날부터 손님 몰려
동네 약국들은 매출 타격 예상에 울상
마진 못 남겨 오랜 영업 힘들다는 분석도

부산의 한 창고형 약국 내부 모습. 사진=백창훈 기자
부산의 한 창고형 약국 내부 모습. 사진=백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몇 달 전부터 이 근처에 '창고형 약국'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매출 타격이 가장 큰 걱정이죠. 그동안 동네 약국이 시민에게 바가지 씌워 장사했다는 오해가 생길까 봐 벌써 마음이 안 좋습니다."
지난 18일 문을 연 부산 강서구의 한 창고형 약국 인근에서 10년째 동네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김모씨(40대)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에 치과와 내과가 위치한 까닭에 해당 동네 약국을 과거에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김 씨는 약사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요즘 전국적으로 창고형 약국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고는 있었는데, 설마 우리 약국 코앞에 생길 줄은 몰랐다"며 "박리다매 구조인 창고형 약국의 저렴한 가격에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의 발길이 끊길 것 같아 걱정이다. 창고형 약국에서 시민이 약사의 정확한 복약 지도와 상담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해당 창고형 약국 개업 첫날, 내부는 '약국계 코스트코'를 직접 체험하기 위한 손님들로 북적였다.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식품 매장을 연상케 하는 층층이 쌓인 비타민과 피로회복제다. 약국 이용객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홀린 듯 의약품을 대량으로 집은 뒤 카트에 담고서는 곧장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에서는 직원들이 밀려드는 손님을 응대하고, 약 성분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약국 내부 곳곳에 배치된 약사들도 정신없긴 마찬가지였다. 약사를 상징하는 흰 가운을 걸친 한 약사는 "감기약이 필요한데, 구매 수량이 정해져 있느냐"는 손님의 말에 "원하시는 만큼 구매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수량이 제한된 물품은 가격표 옆에 '1인 1개 구매가능'이라고 적혀 있다"고 안내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11월 기장군 오시리아에 창고형 약국이 처음으로 문을 연 이후 점차 늘고 있다. 의약품을 대량 판매하기 위해서는 넓은 규모의 매장이 필요한 업종 특성상 도심 외곽에 해당하는 강서구와 기장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창고형 약국 역시 시중에 있는 일반 약국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부산지역 내 몇 곳이나 있는지 등 현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는 40여 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네 약국이 창고형 약국 개업을 달가워하지 않는 데는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약사의 복약지도와 상담이라는 약국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대한약사회가 창고형 약국 주변에 있는 동네 약국 53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6%가 창고형 약국 문제를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이 중 46.0%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창고형 약국이 가격 경쟁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 자연스럽게 탄생한 새로운 수익 모델로 보는 한편, 유행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사를 운영하는 약사 출신의 A씨는 "창고형 약국이 그다지 매력적인 수익 모델은 아니라고 본다"며 "약국은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2600원에 들여 와 2700원에 판매하는 구조다. 창고형 약국의 막대한 월세와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몇 년 안에 대부분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uni@fnnews.com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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