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환우복 입은 '붉은 악마'..병실 벽 허문 감동의 함성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부산 온병원·온요양병원 월드컵 단체응원전 눈길
환자·의료진 한마음으로 "대한민국" 목청껏 외쳐
"답답한 병상 벗어나 소리지르니 투병 의지 솟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멕시코 경기를 온병원 15층 ON홀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어우러져 응원하고 있는 '병원판 붉은 악마'들. 온병원 제공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멕시코 경기를 온병원 15층 ON홀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어우러져 응원하고 있는 '병원판 붉은 악마'들. 온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19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15층 ON홀. 평소 정적만이 흐르던 병원 강당이 순식간에 뜨거운 축구 열기로 가득 찼다.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인 이들의 차림새는 제각각이었다. 하얀 가운과 수술복을 입은 의료진, 그리고 링거 거치대에 의지한 채 환우복을 입은 환자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머리에는 똑같이 빨간 머리띠가 놓여 있었고, 손에는 응원 막대가 쥐어져 있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대 멕시코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결성된 '병원판 붉은 악마'들이다.

■ 격식도, 아픔도 잊은 90분… 병원을 채운 "대한민국"

이날 응원전에는 온병원과 온요양병원 임직원, 입원 환우 및 보호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환자와 의료진이라는 일상의 무거운 경계는 "대한민국"이라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단숨에 허물어졌다.

손흥민, 이강인 등 최정예 멤버가 나선 대표팀이 멕시코의 골문을 위협할 때마다 강당이 떠나갈 듯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여느 거리 응원 현장 못지않았다.

비록 경기는 후반전 실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0대 1 아쉬운 패배로 끝났지만 현장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후반 막판 조규성의 헤더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자 환우들은 제 일처럼 아쉬워하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매일 똑같은 병실에만 갇혀 있어 마음까지 답답하고 가라앉아 있었는데, 이렇게 다 함께 모여 소리를 지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악착같이 뛰는 선수들을 보며 제 병도 꼭 이겨낼 수 있겠다는 큰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요양병원 장기 입원환자 A씨의 얼굴엔 흥분이 묻어 있었다.

온병원 제공
온병원 제공

■ "마음의 회복이 곧 치료"… 의료진이 선물한 '일상의 즐거움'

이번 응원전은 오랜 투병 생활로 지친 환우들에게 정서적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자 온요양병원 간호팀의 기획으로 마련됐다.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매일 지루한 치료 과정을 견뎌내야 하는 환자들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일상의 활기를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행사를 주도한 김복순 온요양병원 간호팀장은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김 팀장은 "오랜 병상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환우분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동참했다"며 "환우분들이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즐기시는 모습, 의료진과 손을 맞잡고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생생한 모습을 보니 간호사로서 가슴이 뭉클하고 깊은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온병원 측 역시 이러한 '정서적 케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우들의 신체적 회복 못지않게 정서적인 안정과 활력을 찾아드리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연장선"이라며 "앞으로도 환우들이 병원에 갇혀 있다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의료진과 삶의 희망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경기는 끝났지만 환우들의 얼굴에는 짙은 여운과 활력이 감돌았다. 월드컵 3차전 남아공전은 오는 25일에 열린다. 비록 몸은 병실에 있지만,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응원이 있는 한 이들의 '기적을 향한 레이스'는 이미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이날 감동과 환희가 교차했던 단체 응원전의 생생한 현장은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ONN닥터TV '현장포커스'를 통해서도 안방에 전달될 예정이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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