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산지 규제, 이젠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패러다임 전환할 때"

파이낸셜뉴스

남성현 국민대학교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남성현 국민대학교 석좌교수
남성현 국민대학교 석좌교수

우리나라의 산림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가 주목하는 녹화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외형적인 울창함 뒤에 가려진 산지 이용 체계는 30여 년 전의 '보호와 보전' 중심의 과거 패러다임에 여전히 갇혀 있다. 수십 개의 법률로 얽힌 촘촘한 산지 규제는 오늘날 기후 위기 대응과 산림 경제 활성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됐다. 이제는 산지를 묶어두는 통제에서 벗어나, 보전과 이용이 조화를 이루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규제 패러다임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때다. 현재 글로벌 산림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산림의 경제·환경·사회문화적 기능과 가치가 최대한 발휘되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SFM)'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UN 산림관리전략(2017-2030), UN 생물다양성협약 2050 비전 및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UN 생태계 복원 10대 원칙(2021-2030) 등 국제사회는 이미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의 균형을 명시하고 있다. 선진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도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목재 생산과 산림 휴양 등 경제적 이용을 자율적으로 보장하는 유연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행 산지관리법은 산지를 '보전산지(공익용 산지·임업용 산지)'와 '준보전산지'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한다. 문제는 산림경영의 핵심 공간이어야 할 '임업용 산지'가 '보전산지'의 하위 개념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당하게 자원을 활용해야 할 산주와 임업인의 자율적인 경영권이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다. 이는 명백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구조다. 임업 직불제가 도입됐지만 농업 직불제에 비해 지원 여건이 턱없이 열악하고, 내년부터 시행될 산림보호구역 내 '산림공익가치보전지불제' 역시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 산주의 의견이 철저히 수렴되지 않는다면 현장의 불만을 해소하기 어렵다. 임업진흥구역, 경제림단지, 선도산림경영단지 등 정작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임업용 산지마저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따라서 현행 산지이용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법률에서 '허용하는 행위'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현행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을, '제한하는 사항'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환경성과 재난 안전성(산사태, 산불 등)이라는 필수적인 최소 기준만 엄격히 평가하고, 그 외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주어야 산림의 미래 가치가 살아난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세 가지 차원의 전면적인 개편을 제안한다. 첫째, 산지 구분 체계의 과감한 재편이다. 기존의 '보전산지'라는 포괄적이고 경직된 대분류를 폐지해야 한다. 대신 산지를 '공익용 산지, 임업용 산지, 준보전 산지'의 3대 체계로 대등하게 독립·개편해야 한다. 각 법률에서 규제하는 환경보전 및 공익적 목적의 산지는 '공익용 산지'로 지정해 국가가 철저하고 강력하게 보전하되, 보호 의무를 다하는 산주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둘째, 임업용 산지의 자율경영권 보장과 소득 증진이다. '임업용 산지'는 보전의 굴레에서 벗어나 산주와 임업인이 지속 가능한 자율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임업인의 적극적인 산림경영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소득과 권익을 증진하고, 궁극적으로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 산촌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관련 법률 체계의 통합적 정비다. 산지관리법뿐만 아니라 산림자원법, 국토계획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산지를 겹겹이 규제하고 있는 관련 법률 체계를 네거티브 패러다임에 맞춰 유기적으로 동시 개정해야 한다. 법률 간의 상충을 제거하지 않으면 현장의 규제 개혁 체감도는 제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산림은 가두어 둘 때보다, 올바르게 가꾸고 이용할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 환경보전과 산림 재난 안전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더욱 철저하게 사수하되, 그 외의 영역에서는 산주와 임업인의 자율성을 믿고 규제를 풀어주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30년이 지난 낡은 규제의 틀을 깨고 네거티브 시스템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낼 때, 비로소 대한민국 산림은 기후 위기 극복의 열쇠이자 풍요로운 경제 자산으로 거듭날 것이다. 정부와 입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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