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 잡기용 보유세 인상 검토, 과거 실패 돌아봐야
문재인 정부 징벌적 증세 효과 못 봐
세제 개편도 공급 확대 유도 쪽으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경기 호황이 부동산 매수심리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조정하는 부동산 과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막기 어렵다"고도 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를 제안했다. 정부가 그동안 '최후 수단'이라고 해온 부동산 증세를 사실상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김 실장의 언급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 이후 동탄 등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는 세제를 통한 부동산 안정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시장에서는 다음 달 발표될 세제 개편안에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이 동시에 담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애초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로 돌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실제 반도체 호황과 자본시장 개혁에 힘입어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면서 상당한 자금이 증시로 이동했다. 그러나 돈의 흐름은 정부 기대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증시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향하는 '역머니무브'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이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것도 우려스럽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탄 아파트값은 최근 2주 새 4% 넘게 뛰었고, 올해 누적상승률은 9.57%에 이른다. '삼전닉스' 직원들의 성과급과 저금리 사내 대출 등을 감안하면 이들 두 회사발 부동산 대기자금이 50조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정 확대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까지 감안하면 규제만으로 시장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 경험도 이를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잇따른 징벌적 증세정책은 '매물 잠김' 현상을 낳았고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부담을 키웠다. 세금 부담이 전월세 가격으로 전가되는 부작용도 컸다. 최근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대출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등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내놨다. 하지만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까지 다시 뛰고 매물 부족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홍수가 난 둑의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이 터지는 격이다.
집값 안정과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공급 확대밖에 없다. 서울과 수도권은 택지가 부족한 데다 단기간에 늘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공공뿐 아니라 민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해 실질적인 공급 확대에 나서야 한다.
세제 개편 역시 일방적 증세보다 거래 활성화와 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세를 높인다면 거래세는 낮춰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 양도세 등 거래세 부담을 완화해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