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에서 내 계좌는 왜 그대로"…대형주 장세에 소외된 개미들 [월급쟁이 희노애락]
지수 끌어올린 반도체 대형주, 소외된 중소형주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내 계좌는 제자리
뒤늦게 "대형주 갈아탈까" 고민 커진 개미들
[파이낸셜뉴스] "뉴스에는 증시가 사상 최고라는데, 제 계좌는 왜 조용한지 모르겠어요."
개인투자자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주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열 때마다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했다. 국내 증시가 새 기록을 썼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자신이 들고 있는 종목들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A씨는 "장이 오르면 내 주식도 어느 정도 따라갈 줄 알았다"며 "막상 보면 오른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 얘기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앞서 코스피가 사상 첫 9000선을 돌파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체감은 엇갈리고 있다. 상승세를 일부 반도체 대형주가 이끌면서 해당 종목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장은 크게 올랐지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내 계좌는 그대로인 상황이 반복되면서 직장인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60포인트 오른 9063.84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률은 2.25%였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9000선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상승을 이끈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4.62% 오른 36만2500원에 장을 마쳤고, SK하이닉스는 6.51% 오른 268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 종목의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28.58%, 25.81%로 집계됐다. 합산 비중은 54%를 넘었다.
이 말은 지수 움직임에서 두 종목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코스피가 올라도 개인이 보유한 종목이 다 같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를 담지 않은 투자자는 지수 상승을 체감하기 어렵다.
40대 직장인 B씨는 "코스피가 오른다고 해서 내가 가진 종목이 오르는 건 아니라는 걸 이번에 더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는 신고가라는데 보유 종목은 보합이거나 빠져 있으니 괜히 더 초조하다"고 했다.
지수와 개인 계좌의 차이는 종목 수에서도 드러난다. 18일 기준으로 이달 들어 코스피 종목 946개 가운데 상승한 종목은 267개였다. 비율로는 28.2%다. 하락 종목은 648개로 68.5%였다.
지난달에는 차이가 더 컸다. 코스피 종목 948개 중 상승한 종목은 111개로 11.7%에 그쳤고, 하락 종목은 811개로 85.5%였다. 지수는 크게 움직였지만 시장 전체가 고르게 오른 장세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런 장세에서는 투자자의 체감이 갈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부 반도체 관련주를 보유한 투자자는 지수 상승을 계좌로 확인한다. 반면 2차전지, 바이오, 중소형 성장주, 코스닥 종목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같은 기간 다른 시장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30대 직장인 C씨는 "회사에서 코스피 얘기가 나오면 다들 돈 번 것처럼 말하는데, 막상 물어보면 가진 종목은 제각각"이라며 "지수 얘기와 내 계좌 얘기는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비교하게 된다"고 했다.
소외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뒤늦게 대형주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 반도체 주가가 이미 크게 오른 뒤에도 "그래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더 갈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매수 기준이 흐려질 수 있다. 처음부터 실적과 업황을 보고 산 것이 아니라, 지수 상승을 따라잡기 위해 들어가는 매수라면 가격 변동에 더 흔들리기 쉽다. 이미 오른 종목을 사는 만큼 단기 조정이 나올 때 체감 손실도 커진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까지 거래되면서 선택지가 많아졌다. 상승을 따라가려는 투자자는 더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꺾이면 손실도 커질 수 있다.
직장인 B씨는 "늦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안 사면 더 뒤처지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지금 들어가자니 이미 너무 오른 것 같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코스피 9000선 돌파는 시장 전체로 보면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개인 계좌에서는 보유 종목과 비중이 더 중요하다. 지수가 2% 올라도 내 종목이 빠질 수 있고, 반대로 지수가 쉬어갈 때 특정 종목만 오를 수도 있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지수 자체보다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어떤 업종과 종목에 치우쳐 있는지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의 절반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지수 상승률을 전체 시장의 평균 수익률처럼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국 회사원 A씨는 최근 관심종목을 다시 정리했다. 코스피 지수만 보던 습관을 줄이고, 자신이 가진 종목의 실적과 업종 흐름을 따로 보기로 했다. 그는 "지수 뉴스만 보면 나만 못 번 것 같아 조급해진다"며 "이제는 코스피가 얼마인지보다 내가 왜 이 종목을 들고 있는지부터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