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원인 60% '안전수칙' 위반...경총 "노사갈등 우려로 제재 어렵다"
117개사 안전수칙 실태조사 공개
안전수칙 위반 비율 평균 58.5%
"사고 안 날 것" 안일한 태도 70% 넘어
경총 "법에 근로자 의무·책임 명시해야"
[파이낸셜뉴스] 산업재해 10건 중 6건은 근로자의 안전수칙 위반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수칙 미준수 비율이 평균 58.5%에 달했지만, 노사관계 마찰을 우려해 징계 제도조차 운영하지 못하는 기업이 61.5%에 이르러서다. 사업주 처벌 강화만으로는 산재 예방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근로자의 의무와 책임을 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나, 정작 중대재해 감축 추세는 정체되어 있다"고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1000인 이상 대기업은 지난해 안전인력을 2021년 대비 평균 52.9명 충원하고 안전예산을 627억6000만원 늘렸지만, 사고사망자 수는 2022년 644명에서 2025년 605명으로 6.1%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경총은 "산업안전보건 정책상 산재예방의 중요 주체인 근로자의 의무와 책임 제고 노력은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주 처벌과 책임 강화에만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산재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어 법·제도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총이 제조·건설업 등 1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응답 기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중 근로자의 안전수칙 미준수가 주된 원인이었던 비율은 평균 58.5%로 나타났다.
근로자가 가장 자주 위반하는 안전수칙으로는 작업순서·절차 미준수(49.5%), 보호구 미착용(43.2%)이 가장 많이 꼽혔다. 위반 이유로는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가 73.0%로 압도적이었고,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불편하고 번거로워서·할당된 작업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가 각각 36.5%로 뒤를 이었다.
징계 제도 운영 현황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61.5%가 안전수칙 위반자 징계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으며, 그 이유로는 근로자 반발 및 노사관계 마찰 우려가 52.8%로 가장 많았다.
경총은 "다수 기업이 노사관계 마찰 우려로 안전수칙 위반자에 대한 징계 제도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전보건이 노사 공동의 노력과 실천이 아니라 노사 갈등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이를 토대로 세 가지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먼저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산안법 제40조는 근로자의 안전 수칙 준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법 조문만으로는 근로자가 지켜야할 핵심 의무사항을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며 보호구 착용, 위험구역 출입금지, 방호장치 임의 해제·훼손 금지, 안전작업절차 준수 등 핵심 의무사항을 법률로 격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전보건에 대한 포상·징계 가이드 마련도 제안했다. 경총은 "자율적인 안전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우수자 포상과 고의적·반복적인 안전수칙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는 산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기업의 적법한 경영활동"이라며 "개별 기업이 노동조합과 갈등을 겪으며 징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노사 의견수렴을 통해 정부가 객관적이고 명확한 징계 기준 및 절차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근로자의 능동적 참여를 위한 교육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경총은 "현행 제도는 획일적인 교육내용, 교육이수 증빙을 위한 서류작업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사고사망 고위험요인(SIF) 발굴 및 개선제안, 아차사고 보고 및 개선제안 등 근로자가 직접 참여하는 사업장 안전활동을 안전보건교육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기업의 천문학적인 안전투자와 정부의 처벌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 감축 추세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집중 분석하고 해결해야 할 때"라며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자의 역할을 균형 있게 이행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의 노사 공동책임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