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두산인베스트먼트에 130억 출자…CVC 실탄 채워 'AI·로보틱스' 베팅 가속
[파이낸셜뉴스] 두산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자회사 두산인베스트먼트에 130억원을 추가로 수혈한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를 겨냥한 신기술 벤처 투자에 다시 한 번 실탄을 장전하는 셈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은 이날 두산인베스트먼트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3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출자 목적에 대해 두산은 "두산인베스트먼트의 운영 자금 확보"라고 밝혔다. 이번 출자로 두산이 두산인베스트먼트에 투입한 누적 출자금은 230억원으로 늘어난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두산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CVC 자회사다. 두산은 2023년 7월 자본금 100억원으로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세운 뒤 같은 해 1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같은 시기 LX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등도 잇따라 신기술금융업에 진입하며 대기업 CVC 설립 흐름이 두드러졌다.
두산이 벤처 투자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인 것은 한 차례 사업을 접은 뒤 약 3년 만이었다. 두산은 2020년 9월 그룹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계열 벤처캐피털(VC)이던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지분 96.77%를 신한금융지주에 730억원에 매각하며 벤처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다. 2000년 설립된 네오플럭스는 두산의 대표적인 투자 첨병이었으나, 당시 그룹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후 두산은 2023년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출범시키며 벤처 투자 DNA를 되살렸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2024년 2월 그룹 차원의 협업으로 첫 펀드를 결성하며 투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테스나, 두산로보틱스 등 5개 계열사가 각각 200억원씩 출자해 총 1000억원 규모의 '두산신기술투자조합 1호'를 꾸렸다. 투자 분야는 로보틱스, 반도체, AI, 그린에너지 등 그룹의 미래 성장축과 맞닿아 있다.
투자 행보도 빨랐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2024년 6월 반도체 팹리스 기업 유니컨에 첫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비에이파트너스·캡스톤파트너스 등과 함께 로봇 의수 스타트업 만드로의 프리 시리즈A 라운드에 참여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챙기는 'AI·반도체 중심' 사업 재편 기조 속에서, 두산인베스트먼트는 인수 후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키워낸 두산테스나의 뒤를 이을 '넥스트 두산테스나' 발굴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글로벌 행보도 이어졌다. 올해 3월 두산은 두산인베스트먼트와 함께 'AI 4대 대부'로 꼽히는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가 설립한 스타트업 'AMI 랩스(AMI Labs)'에 총 580만유로(약 99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VC SBVA가 조성한 해외 프로젝트 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는 간접 투자 방식으로, ㈜두산이 380만유로, 두산인베스트먼트가 200만유로를 각각 댔다. AMI 랩스에는 제프 베이조스, 에릭 슈미트 등 글로벌 거물들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보폭은 소재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고기능 전자소재 전문기업 윌코(WiLCO)는 최근 두산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두산신기술투자조합 1호로부터 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설립된 윌코는 저유전·고방열 특성을 동시에 구현한 동박적층기판(CCL)과 전기차 배터리 단열 소재 기술을 보유한 딥테크 소재 기업이다. 방산 레이다, 위성통신, AI 서버 등 고주파·고열 환경이 요구되는 산업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글로벌 고객사와의 기술 검증(PoC)과 양산 준비를 거쳐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회사는 저유전율(Dk 3.5 이하)과 고열전도성(2.0W/mK 이상)을 갖춘 CCL을 자체 개발해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고주파 대응 소재의 국산화를 이끌어 왔다. 앞서 저유전 CCL 'NURI-35'는 한화시스템 등과의 기술 검증을 거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 수출 사업에 납품되기도 했다.
이번 투자금은 고성능 CCL 소재 양산 체계 고도화, 방산·전장용 인증 확대, 글로벌 고객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윌코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을 윌코에이펙스(WiLCOAPEX)로 바꿨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기업공개(IPO)와 해외 사업 확장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