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창고형 약국에 동네약국 생존 위협받는데… 손 놓은 정부

백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독립약국 폐업률 38.9% 달해
동네약국 매출 30~40% 타격
美는 신분증 제시 등 관리 엄격
현행법상 정의 없어 분류 난항

부산에서도 대형 약국인 '창고형 약국'이 잇따라 등장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창고형 약국에 비해 동네 약국 폐업률이 높다는 보고가 나왔지만 정부는 전국의 창고형 약국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6만 개 약국 중 대형 체인 약국이 66%에 달한다. 나머지가 독립약국이다.

그런데 대형 약국의 처방전 매출이 56%를 차지하는 반면, 독립약국은 6%에 그친다. 폐업률 또한 독립약국이 월등히 높다. 2010년부터 10년간 체인 약국 전체의 21.9%가 폐업할 동안 독립약국은 38.9%나 문을 닫았다.

동네 약국은 창고형 약국으로 인해 심각한 매출 타격을 겪고 있다.

실제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창고형 약국 등장 이후 동네 약국의 일반약 매출이 30~40%가량 감소했다. 감소한 품목으로는 영양제(72.8%)가 가장 많고, 이어 상비약(53.3%), 건강기능식품(41.5%) 순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우리 정부는 창고형 약국이 전국에 몇 곳이 있는지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을 통해 전국에 5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운영 중인 곳은 40여 곳으로 전해지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구체적인 운영 현황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현행 약사법상 창고형 약국에 대한 정의가 없어 분류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동네 약국 약사들은 매출 하락과 함께 창고형 약국의 의약품 오남용도 우려한다. 매장 규모가 크고, 이용객이 동네 약국보다 많아 약사가 개개인에게 세세한 복약 지도를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미국은 불법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한 제품을 계산대 뒤 또는 잠금장치가 있는 진열장에 보관하거나, 소비자는 구매할 때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구매기록부에 서명하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호주에서는 약사가 제품 판매 내역을 시스템에 기록하고, 영국은 제품의 판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창고형 약국은 극히 일부 제품만 구매 수량을 제한한다. 전문가는 농촌 지역 등 건강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동네 약국이 유일하게 처방약과 예방접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창고형 약국과의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아대병원 한성호 가정의학과 교수 겸 대한가정의학회장은 "이제 동네 약국은 전문성을 더 강화해야 할 때"라며 "주치부터 고객의 건강 관리와 상담 역할까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약사회의 의약품 공동 구매로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huni@fnnews.com 백창훈 기자


#창고형 약국 #동네 약국 #폐업률 #매출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