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식 100만원 어치로 '26억 로또'", 가능한가 따져봤더니[인치범의 주식투자 부트캠프]
[파이낸셜뉴스] "하지만 중위님께서 내 돈을 관리해 주셨죠. 무슨 '과일 회사'에다 투자를 했다며 우린 이제 돈 걱정할 필요가 없다더군요 그래서 잘 됐다고 했죠 한시름 놨다구요!" <포레스트 검프(1994)>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에 나오는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의 대사입니다. '포레스트 검프'는 평범한 주인공이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1994년 당시 금융회사 신입사원이었던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대사에 나온 '과일 회사'는 다름 아닌 애플(Apple)이었습니다.
※AI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투자성과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매수일자: 1994년 10월 17일 (미국 시장 종가 기준) 개봉일 이후로 선정[ 미국 영화 개봉 1994.7.6 , 한국 영화 개봉 1994.10.15 ]
영화를 보고 난 후 투자했다는 가정 하에 일자 선정.
매도일자: 2026년 6월 18일
매수가격: 1994년 10월 17일 애플 수정주가(Adjusted Close) 약 0.21달러 → 모든 주식분할(2:1, 2:1, 7:1, 4:1) 반영 및 장기 총수익(Total Return)을 추정하기 위해 배당 재투자 효과를 반영한 가격
매도가격: 2026년 6월 18일 미국 시장 종가 수정종가 298.01달러
총 수익배수: 약 1,419배 ( 환율 고려 시 2,700배 수준 )
1994년 환율: 약 1달러 = 805~810원 , 중순 자료를 적용하면 약 806원/USD 수준으로 가정
2026년 환율: 약 1달러 = 1,500원 수준 , 환전은 매수 시와 매도 시 각각 당시 환율 적용
세금·수수료: 매매수수료 1994년 미국 주식 매수 약 1.0%(당시 거래 비용), 매도: 0.3% 환전수수료 총 약 2%
100만 원, 1000만 원, 5천만 원, 1억 원 선정 이유: 당시 근무하던 대기업 금융사 월급여, 상여금, 대출 가능 금액 산정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32년 복리의 힘은 실로 엄청납니다. 하지만 이 막대한 숫자를 보는 순간 저는 오히려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나는 그때 애플 주식을 매수했을까?' 아마 아닐 것입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내용도 잘 모르는 미국 기업에 한 달 치 월급이나 성과급 전체를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당시 금융회사 신입사원이 대출이 가능하다고 무턱대고 5,000만 원~1억 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설령 투자했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1997년 애플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와 실적 악화로 사실상 파산 위기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도 있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면서 단 한 주도 팔지 않고 30년 넘게 보유할 수 있었을까요? 결국 저는 '결과'만 보고 부러워할 뿐이지, 그 결과를 만들어낸 치열한 '과정'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실로 꿈만 같지만 그만큼이나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1994년 가을에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본 한 금융 회사 신입사원이 '애플'이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 됩니다. 호기심이 생겨 석 달 동안 여기저기 자료를 뒤져 기업에 대해 공부합니다. PC통신으로 애플의 신제품이나 재무상태 관련 해외 통신사 뉴스를 찾아내 분석하고, 관련 산업(당시는 PC)의 트렌드도 관찰합니다.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긴 뒤 1995년부터 성과급의 일부로 매년 100만 원씩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기업이 힘들어진 시기도 꽤 있었지만 장기적 분석 결과에 확신이 생기자 10년 동안 꾸준히 투자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확신도 더욱 커집니다. 이후에는 매년 500만 원씩 10년, 다시 매년 1,000만 원씩 10년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갑니다. 30년 동안 투자한 원금은 모두 1억 6,000만 원. 2026년에 매도했다면 가치가 얼마일까요? 앞선 계산보다 전제와 가정, 그리고 역사 데이터의 추정치가 많아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대략 56억 원(세후 기준, 세전은 72억 원, AI 시뮬레이션 기준)의 성과가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신입사원 김기주 씨는 입사 전 모아둔 1,5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합니다. 그해 1월에 삼성전자 1주를 115만 원(액면분할 전 가격)에, 2월에 116만 원에 1주를 샀습니다. 3월~5월까지 126만 원에 매달 1주를 매수했지만 큰 재미를 못 느낍니다. 이때는 기업에 대한 파악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삼성전자 주가가 '갤럭시 S7'의 흥행 성공과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개선으로 6월에 130만원대로 올라섭니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김 씨. 남은 자금 모두를 투자해 138만 원에 6주를 더 삽니다. 마침 11월 중순 미국 하만(Harman) 전격 인수 발표와 11월 말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배당 확대를 골자로 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연말에는 180만원 안팎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로 한 해를 마감했습니다.
처음 김 씨에게 삼성전자 주식을 추천한 선배는 연말에 전액 매도해 신형 맥북과 아이폰을 샀다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김씨는 삼성전자를 본격적으로 분석해 보겠다고 결심합니다. 김 씨는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라 저축액이 좀 되는 편입니다. 매월 저축한 100만원 조금 넘는 돈과 성과급 일부를 모은 1,500만 원을 다음해 초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는데 씁니다. 2016년~2025년 10년간 투자 총액은 1억 5,000만 원 (1,500만원x10년= 1억 5000만원)입니다. 첫 투자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2026년 6월 18일에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전량을 매도했습니다. 얼마가 되었을까요? AI 시뮬레이션 결과 총 평가 금액은 약 5억 원 수준으로 나옵니다. 투자원금 대비 약 233%의 투자수익(평가금액은 원금의 약 3.3배)을 거뒀습니다. 만약 김기주 씨가 10년 간 반도체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HBM의 부각과 하이닉스의 성장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면 성과는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즉, '주식을 장기 보유'한 것이 아니라 '기업에 장기 투자'한 것입니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요? 장기보유(Long-term Holding)는 '시간'이 기준입니다. 그러나 장기 투자(Long-term Investing)는 '기업'이 기준입니다. 일반적으로 Holding은 보유기간을 설명하는 표현으로, Investing은 투자철학이나 전략을 설명하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0년 전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를 놓쳤습니다. 세계 최고의 필름 회사였던 코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디지털카메라를 일찍 발명하고도 상용화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결국 필름시장도 디지털 카메라 시장도 잃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업도 변하고 산업도 변합니다. 투자자는 그 변화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장기 투자는 결코 게으른 투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부지런한 투자입니다. 장기 투자는 주가를 매일 보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주식은 시간만 보낸다고 돈이 벌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간 동안 올바른 기업과 함께했기 때문에 돈이 벌리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보유'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이 지켜보는 '장기 투자'가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필자소개]
인치범 전무는 금융(삼성생명), IT(안랩, 한글과컴퓨터, SK커뮤니케이션즈), 유통(삼성테스코) 등의 분야에서 30년 간 일관되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PR·IR·ESG·CSR) 책임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케이피아이투자자문에서 투자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주식투자성공은 무엇보다 돈을 다루는 올바른 습관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