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외국인 아니었어?"...20일째 미궁 '통영살인' 용의자 사진, 가짜였다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왼쪽은 사건 초기 공개된 폐쇄회로(CC)TV 사진. 오른쪽은 SNS에 올라온 합성 추정 사진. 사진=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뉴스1
왼쪽은 사건 초기 공개된 폐쇄회로(CC)TV 사진. 오른쪽은 SNS에 올라온 합성 추정 사진. 사진=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남 통영의 한 단독주택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가 20일째 붙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가짜 용의자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시민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10일 새벽 경남 통영시 도산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발생했다.

당시 안방에서 잠을 자던 60대 여성 A씨는 외부에서 침입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시간 본채와 떨어진 별채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오전 6시 34분경 숨진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집 안에 있던 손가방 등 금품을 챙겨 달아났다.

경찰이 주택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용의자는 30~40대로 추정되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은 새벽 2시경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복면을 착용해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린 상태였으며,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까지 착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단순 절도가 아닌 강도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배 전단과 신고 보상금까지 내걸었으나, 심야 시간에 범행이 이뤄진 데다 도주 경로를 특정할 단서가 부족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하는 틈을 타, 최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통영 강도살인 범인'이라는 제목으로 특정 남성의 얼굴 사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해당 사진 속 인물은 복면과 모자를 착용하고 있으나, 사건 초기 공개된 흐릿한 CCTV 원본 사진과 달리 눈매와 눈썹, 눈썹뼈 등 얼굴 윤곽이 매우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심지어 매섭게 노려보는 듯한 표정까지 담겨 있어 마치 경찰이 새로 확보한 고화질 단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누군가 흐릿한 원본 CCTV 화면에 AI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이목구비를 덧입힌 합성 이미지로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조작된 사진이 무분별한 추측과 혐오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선명하게 합성된 이국적인 이목구비 탓에 해당 게시물 댓글 창에는 "누가 봐도 외국인 같다",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로 보인다"는 식의 근거 없는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의자의 신원이나 국적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작된 사진만으로 특정 집단을 범죄와 연결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혼선을 우려하며 "현재 SNS상에 퍼지고 있는 뚜렷한 사진은 경찰에서 제공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사진이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용의자 검거를 위해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을 경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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