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팔고 외국인들 향한 곳…일본서 105조 반도체·AI 사들였다
[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해외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 규모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인 10조9391억엔(약 104조5920억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금의 방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주 대신 일본 반도체 공급망 종목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집계 결과 해외 투자자는 올해 초부터 6월 셋째 주(15~19일)까지 일본 현물주식을 10조9391억엔(약 104조5920억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5배,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약 5조4000억엔)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아베노믹스'로 증시가 뜨거웠던 2013년 상반기 기록(8조3000억엔)마저 넘어서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쓸 전망이다.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4월 6만선을 돌파한 지 두 달도 안 돼 7만선까지 뚫었다. 6월 말 기준 연초 대비 상승률은 39%로,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10%)와 유럽 스톡600지수(8%)를 크게 웃돈다.
외국인 자금이 몰린 곳은 다름 아닌 AI 관련주다.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 데이터센터용 광섬유 제품으로 몸집을 키운 후지쿠라, 반도체 절연재 강자인 아지노모토 등 AI 산업 생태계를 이루는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의 아쿠쓰 마사쓰구 일본주식 수석전략가는 "일본은 AI 하드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수혜 기업층도 두텁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닛케이지수 편입 종목 중 3월 결산 기업들의 유가증권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약 40개 기업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전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후루카와전기공업으로 19.6%포인트 상승했다. 미쓰이금속, 키옥시아홀딩스 등 AI·반도체 관련주도 외국인 지분 확대가 두드러졌다.
AI뿐 아니라 일본 기업 전반의 경쟁력이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츠의 크리스천 헤크 글로벌 밸류팀 부책임자는 "일본에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틈새 강소기업이 많아 투자 기회가 풍부하다"며 "AI 확산 우려로 조정받은 소프트웨어 기업과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닛케이지수가 7만선을 넘어선 이후 변동성은 커졌지만 낙폭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과 함께 성장 정책 기대감이 상승한 점도 자금 유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베노믹스 때의 흐름에 비춰보면, 정책 동력이 약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베노믹스 당시 해외 투자자들은 누적 20조엔 규모를 순매수했으나 이후 성장 전략이 둔화되자 매도세로 돌아선 전례가 있다.
미 GMO의 릭 프리드먼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멈추면 최근 유입된 해외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며 "개혁을 지속하는 것이 증시 상승세를 이어갈 핵심 조건"이라고 말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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